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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아라시/서동인/섬·1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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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1 외 1편
―노래방
밤바다 섬이 되기로 작정했다
술 취한 파도가 섬의 중심부를 강타할 때
불 밝히는 등대는 더 꼿꼿하게 임무수행 중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는 거짓말*
너울의 웃음 속 미늘을 경계하라
어쩌면 썩은 고등어 미끼 숨은 통발일지도
한 번 들어가면 빠져 나올 수 없는
멍텅구리배에 올라앉을 수도 있음을
아니다, 우리는 모두 떠도는 섬인 것을
오늘밤만 허리띠 풀어 다리를 놓자
섬과 섬 사이 물결이 출렁이듯
사랑의 언어를 가장한 파도처럼 출렁이자
섬들은 파랑주의보에 더 긴장하는 것을
이제 등대가 부풀어 오르는 밤이다
절벽 위 비렁길은 위태로운 길
그 길 따라가면 섬이 숨겨둔 환상의 동굴
돌리고 돌리고, 인생은 생방송*, 사랑은 재방송*
때로는 통속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섬들은 한 시간 더 파도타기를 원하지만
인생은 덤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파랑주의보가 해제된 배 떠나는 시각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저 다도해 섬들
* 노래 제목.
동백, 울다
소리들이 떨어지네
오동도 낭떠러지 수런대는 대숲 속에
선혈의 바다 너울은 춤을 추네
해풍을 부르는 청춘, 피고 지고
무대 없이 관객 없이 더 좋아라
자지러지는 소리의 울음
새색시 붉은 입술 치장을 하고
포개지는 꽃잎 파도 입을 여네
활어처럼 파닥이는 꽃비늘
새벽이면 더 좋아라
벼랑 끝 절창으로 떨어지네
시퍼렇게 질린 바다 봉두난발
저 멀리 남해 금산 귀를 여네
서동인∙2002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가방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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