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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아라시/최향란/복수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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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 외 1편
긴 겨울이 된 네게도 사연이 있겠지
너의 집과 나 사이에 뜬 저 달 깊을 동안
뜨거워야 사는 황금꽃 찬 얼음 아래 숨었지
오목 안테나 꽃술로 뼈 속 깊이 견디다가
눈은 내리는데
스스로 뜨거워,
다른 길 쉽지 않은 내게도 사연이 있기에
심장 밖으로 툭툭 불거져 나온 꽃
붉은 흉터
―1948년 10월, 불타는 여수를 기억한다
안도, 어디로 가야 하나 켜켜이 뼈를 포갠 사람들. 아물지 않은 흉터가 동백으로 떨어져 더 붉어 아찔한 섬
호랑이탈을 쓴 야수에 물려 피로 섬을 덮었을 때
저것 거짓 탈의 손가락질에 죄 아닌 죄로 살이 찢겼을 때
두려움 깊고 깊어 감히 떨지도 못하던 눈, 그 많은 눈빛 순식간에 사라졌을 때
저승으로 가는 가여운 영혼 어쩌나
영혼조차 부수어지고 피로 물들어 붉은, 붉은 섬을 찾는 건
야수가 해를 삼켜버려 끔찍하게 긴 어둠뿐
목이 메이네요
이야포에 조국의 태극기 당당히 걸던 그 날이 올까요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그 날이 온다면
그리운 사람아 꼭꼭 숨어 바람을 타고 이야포로 들어와요
좀 더 거칠고 보다 질기게 두엉안 돌 틈에 몸을 숨겨요
꼿꼿하게 무리 이루어 쉿, 슬픈 눈은 보이지 말아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신도 알아야 해요
기어코 살아 남아요 꼭꼭 숨어요
한꺼번에 쏟아진 동백꽃 붉은 길을 보아요. 아픈 흉터로 통곡하는 섬
최향란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밖엔 비, 안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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