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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아라시/천선자/곱사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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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3,647회 작성일 14-03-0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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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사춤 외 1편

 

 

가을의 끝자락이 낙엽에 쌓여가는 겨울의 길목

그녀가 회사 동료들과 노래방에 간다.

소주 서너 병을 단숨에 마시고 구석진 자리에 앉는다.

선배가 감정을 잔뜩 넣어 이별 노래를 부른다.

여자가 흐느끼며 겨울 바닷가를 걷는 영상이 흐른다.

떠난 남자를 잊지 못해 그리워하는 여자의 이야기,

노래가 절정에 이르고 슬퍼지는 선배의 목소리,

그녀가 일어나 쿠션을 등에 넣고 곱사춤을 춘다.

바지 한 쪽 걷어 올리고 일그러진 얼굴로 신명나게 춘다.

후배는 탬버린으로 박자를 맞추고 추임새를 넣는다.

눈꺼풀 밑에 병뚜껑을 끼우고 온몸으로 뒤뚱거린다.

동료들은 손뼉을 치고 배를 쥐고 뒹굴며 웃는다.

오색빛 네온사인 아래에서 정신없이 도는 그녀의 눈물,

커다란 혹으로 남아 그녀 비틀거린다.

 

 

 

 

첨벙

 

 

며칠째 장맛비가 내린다.

냇물은 흙탕물이 되어 찰방댄다.

하루 몇 차례씩 해와 소나기가 오락가락하며,

행락객들의 발을 묶어 놓아 주민들은 구멍 뚫린 하늘만 본다.

재난대책본부에서는 연신 안전수칙을 방송한다.

먼저 준비운동을 하시고 첨벙, 낮은 물에만 들어가시고 첨벙,

이곳은 계곡이 많고 물이 깊으니 첨벙, 물이 불어나면 위험합니다 첨벙.

비가 내리면 물가의 텐트를 접고 첨벙, 언덕 위로 대피하세요 첨벙.

노약자의 보호자는 각별한 관심을 가지세요 첨벙.

방송 후에도 마이크를 끄지 않아 첨벙 소리만 연발된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물속으로 뛰어드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풀을 뽑다가도 첨벙, 책을 보다가도 첨벙, 밥을 먹다가도 첨벙.

 

천선자∙2012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도시의 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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