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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외 1편
잡지 못하는 사이 왔다 간다. 덜커덕 기억의 서랍이 삐걱대고 불어오는 바람에 접혀진 마음자락이 펄럭인다. 칸칸이 접혀지고 구겨졌던 기억의 퍼즐들이 하나, 둘, 다시 또 덜컹댄다. 깊숙이 묻어 놓았던 속내, 감춰진 기억이 멈춰진 배경으로 닫히지 않는다. 구린 향이 풍긴다. 구린 옷들이 널브러진다. 기침소리 밤새 뒤척이며 환절기를 앓는다. 강물은 검은 고래의 입김을 풀어 놓는다. 고래의 입김 속으로 달려간 그가 보이지 않는다. 아침, 까마귀 울음이 먼 길을 떠난다.
기억을 기다리는 동안*
목 밑까지 차오르는 더운 숨을 방류하며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스쳐 가는 것이 낯익었다가 더 낯설어진다. 희미해지는 검은 그림자를 지우며 오지 않는 기억을 기다리는 동안 다가왔다 가는 모든 것들이 추억이었다가 한숨이었다가 다시 또 낯설어진다. 낯익은 시간과 낯선 시간의 행간에서 굳은살로 덮이는 그의 심장은 점점 사막화된다. 그는 매일 심장을 사포질한다. 풀썩 먼지가 올랐다가 가라앉는다. 그의 심장이 빨갛게 부풀어 오른다. 낯설었던 그의 기억이 하나둘 부풀어 오르다가 가라앉는다. 새벽바람에 덜컥이던 창문이 잠잠하다.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을 참고함.
정치산∙2011년 ≪리토피아≫로 등단. 원주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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