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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아라시/이외현/배롱나무, 꽃잎지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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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 꽃잎지다 외 1편
후미진 역전 골목에 연분홍 배롱나무 꽃이 피어 있다.
정오, 태양이 보내온 자외선 피톨에 탱탱해진 사내들,
핫팬츠에 착 달라붙은 연분홍 나시 입은 배롱나무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다.
오빠야, 팔짱을 끼자 화들짝 감은 손
벌레처럼 떼어내고 생각을 털며 골목으로 사라진다.
뒤통수에 큼지막한 감자 한 방을 먹이고
야, 너 씨 없는 수박이지, 에이, 개나 줘라.
메롱 혓바닥을 내밀며 사내의 눈치를 본다.
태풍이 지나간 후, 뭇 사내들만 보면
배롱배롱 혀 내밀던 연분홍 꽃이 지고 없다.
명자, 명자꽃
쥐똥나무 울타리 밑에 명자가 숨죽이고 서있네.
개불알풀 고개 들어 노을빛 명자와 눈을 맞추네.
더부살이 골방처녀 늘어진 어깨가 속울음 우네.
명자 눈물방울이 개불알풀 초록심장을 뒤흔드네.
개불알풀 괴발개발 쓴 연서, 명자 붉게 꽃물 드네.
이외현∙2012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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