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창간호/아라시/이생용/미황사美黃寺 돌배나무 외 1편
페이지 정보

본문
미황사美黃寺 돌배나무 외 1편
붉은 해남 땅 미황사를 찾아 갔습니다
물봉선이며, 바디나물꽃이
눈물 나도록 피어있는 산길을 올라 절집에 들어서니
아랫마을 소울음마저 적막에 들고 있습니다
가을 햇살이 섬과 섬 사이 땅끝을 지나
금강석金剛石 산등을 너머 대웅보전
푸른 바다를 펼쳐놓은 듯 곱게 내려 왔습니다
대웅보전 초석인 물고기, 자라, 거북이, 게 등이
물 만난 고기처럼 첨벙거립니다
물장난에 옷깃이 흠뻑 젖었습니다
옷깃을 말리려고 명부전 뒤뜰에 들어서자
하얀 배꽃이 피어 있습니다
봄에 피우려 감추어 놓았던 꽃망울을 고통인 줄 알면서 피우고 있는 중입니다
화사한 미소로 배꽃 아래 서 있는 여자는
나무의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메라 셔터를 눌러댑니다
경계를 허물어 버린 태풍 산바가 야속도 하지만
내년 봄에도, 그 다음 봄에도, 두려움 없이 하얀 배꽃을 피울 겁니다
돌배나무는,
사도沙島*
구절초 꽃잎에 때 이른 함박눈이 피었다
폭설이 내리는 섬은 더욱 외롭다
그런 외로움은 행운이다
공룡의 눈 앞을 가리도록 쏟아지는 함박눈
순간 섬 하나를 훔쳐서 배낭 속에 넣었다
여객선을 기다리는 조바심
사도에서 상하도, 하하도, 개도, 백야로 이어지는
뱃길이 참 멀다
집에 도착하여
수반 위에 모래를 깔고 바다를 채우고
섬 하나를 올려놓았다
*사도:여수시 화정면에 있는 섬, 공룡의 화석지로 알려짐.
이생용∙2012년 ≪리토피아≫로 등단.
추천0
- 이전글창간호/아라시/박양추/깍지길 외 1편 14.03.09
- 다음글창간호/아라시/이외현/배롱나무, 꽃잎지다 외 1편 14.03.0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