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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신작시/주병율/백로白露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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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율/백로白露 외 1편
어제는 백로였다.
오늘은 날이 흐리고
어린것의 손목을 잡고
셔터가 내려진 상가들 차양 밑에서
남자가 무화과를 팔고 있었다.
기단이 짧은,
허리가 가는,
잇바디가 고르지 않아도 환한 무화과,
사연이 많은 단물이 금방이라도 뚝뚝 떨어질 것 같았다.
마천루摩天樓, 마천루.
야경夜景이 아름다운 나라의 여름에 너무 익어 열매가 까만,
쥐똥나무 휘어진 허리는 더 휘어지고
어금니를 발치한 구멍처럼 꺼멓게,
남자의 눈언저리를 닮아
깊어가는 저녁
어제는 백로였고
오늘은 날이 흐렸다.
소요逍遙
새벽 세 시
원주산 소요사逍遙寺 일주문, 무소유 언덕을 넘어
대웅전 찬 마루바닥에 앉아서 통성通聲으로 입선入禪을
마치고 돌아가는 할머니 굽은 등 본다.
오는가, 오누나, 오겠구나!
우리들이 가난하여 더욱 따뜻한 저녁.
주병율∙ 1992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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