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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신작시/하두자/구채구, 드라이브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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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3,030회 작성일 14-03-0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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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두자/구채구, 드라이브 외 1편

 

 

당신과 나, 아니, 우리는 모두 드라이브를 하지 골짝을 따라

흘러내리는 빙하의 물줄기가 내 얼굴에서 당신의 얼굴을 쓸어가면

 

물의 비탈에서 하나, 둘

아무도 운전을 하지 않는데 골짝과 골짝 사이에서

모두 운전을 하네 물 밖으로 소용돌이치는 물길에서

거대한 알몸의 호수를 돌아가네 통과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는 없을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구부려 오르는 길, 부풀어 오르는 숲길

당신은 심장을 쪼아대듯 무한한 적막이 견딜 수 없다고

손가락질 받을 감상으로 흔들리지만 이 드라이브 규정 상 뭐,

 

그런 감상쯤이야,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물길 지루해

올올이 머리카락을 날리며 당신의 비어 있는 길을 달리는 내가

나의 빈 길을 달려가는 당신이 서로 부딪쳐 봐

비어 있거나 흩어져 있거나 해도 어쩌겠어

 

얼굴 내밀지 않는 그 길들을 모아 서로의 내비에다 입력시켜

속력 밀어 버리고 달려 보는 것 어때?

오, 제발 묵묵히 떠나가 버리자 그저 말없이

 

수십억 년 침묵으로 고여 있던 물줄기가 내 눈을 마구 찔러댄다

 

 

 

 

여름기행

―구채구, 화화해에서

 

 

이제야 물속에서 하늘이 보이네 물은 점점 차오르고 가라앉은 물그림자 보이네 아니 물 밖으로 뛰쳐나온 푸른, 초록, 검은, 아니 이글거리는 흰빛들의 굉음들이 경계와 경계를 지우며 쏟아져 내리네

 

물속에선 이렇게 많은 빛들이 숨을 쉬고 있는 줄 몰랐지 하늘과 땅과 허공과 바람과 몸을 회오리치며 이렇게 숨차게 생이 지나가는지도 몰랐지

 

화화해의 일렁이는 물결에 비친 적막한 우주의 한 순간을 읽는 순간, 물고기들이 떼지어 종종 걸음 칠 때 왜 모든 감각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일까 왜 끊임없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것일까

 

지루한 삶 속에 겸손을 위장한 욕망들이 자꾸만 부딪쳐 숨을 쉴 수가 없을 때 걸음마다 물빛으로 차오르는 이 깊은 골짝 저 깊은 우주를 한 바퀴

 

낯설은 시간들은 나를 태우고 집으로 돌아가고 내 몸 속에 지도에 그려진 길들은 꼬리를 감춘다 그 많은 시간들은 조용조용 사라지고

 

어딘들 사막이 아닌 곳이 있으랴 어디 한 곳쯤 사막인들 어떠랴 좀 채 지워질 것 같지 않은 갈증 더 뜨겁게 껴안으며 아직도 당신의 푸른 입술이 필요한데 우린 오늘을 너무 꼭 쥐고 있어

 

하두자∙1998년 ≪심상≫ 등단. 시집 물수제비 뜨는 호수, 물의 집에 들다, 불안에게 들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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