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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신작시/임봉주/실레네스테노필라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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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봉주/실레네스테노필라 외 1편
꽁꽁 언 얼음 땅에서
삼만 이천 년 동안
부활을 꿈꾸며
끈질긴 생명력 의지 간직한
너 실레네스테노필라*
사무친 염원 헛되지 않아
마침내 툰드라 지역
매머드 뼈가 묻혀있는
콜미아 강 인근 지하 30미터 지층
땅다람쥐 굴에서
얼어붙은 채 잠들어 있는 너
전생의 질긴 인연 다하지 않아
기적처럼 발견되어 다시 환생케 하니
삼만 이천 년 꿈을 깨치고
다시 하얀 순백의 꽃을 피어내는 너
날아갈 듯 청초한 기적의 꽃
실레네스테노필라
*실레네스테노필라:패랭이꽃의 일종. 2012년 러시아생물학자가 발아에 성공했다고 발표.
뜬 섬 제주
백만 년 세월 흘렀다
망망한 바다에서 솟구쳐 오른 거대한 산
꼭대기에 백록담 만들고, 천지왕은
장수들이 진陣을 친 오름 거느리고
놀라 도망치던 고래 떼 뒤쫓아 가
지구상에 위대한 족적足跡 남긴 지
백만 년
지금도 그 모습 생생하여
용두암 해변에는
불과 물이 부딪히는 육박전
펄펄 끓는 용암이 바다로 흘러가 굳어진
현무암 앙금 패인 곳마다
치열한 전투의 상흔인 칼자국 보인다
대포해안 주상절리대에는
수만 대군의 불퇴전 용사들이 천리마 타고
바다를 향해 돌진하다
시퍼런 파도를 앞세운 바다의 전술에 막혀
장렬히 전사한 채 바위로 굳어버린 한라의 용사들
말발굽 소리 들린다
한 줌 권력을 쥐어 오만한 자들
몇 푼 돈을 모아 오만한 자들
지식이란 큰 가방 들쳐 맨 자들
모두 여기로 오라
지금도 화산이 맹렬히 분출함을 보라
용두암으로 오라
포효하는 용의 울음소리 들으라
여기 대포해안 주상절리대로 오라
땅과 바다와 하늘을 찢는 함성 들으라
유구한 세월
하얀 이빨을 드러낸 시퍼런 파도는 지금도
뜨거운 군마軍馬의 심장을 식히고 있음
보라
백만 년 세월이 한 순간 꿈인 것
임봉주∙2006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 지상에서 꿈꾸는 천상, 꽃화살 바람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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