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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신작시/이희원/혀의 집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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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원/혀의 집 외 1편
임팔라의 비굴한 웃음 속, 울음을 들어 올리는 턱을 본다. 사각의 링 속, 흘러내리는 피눈물을 붙잡던, 수놈을 유혹하기 위해 요즈음 암컷들은 톱질도 한다는, 가끔은 생명 없는 백지도 날카로운 턱으로 손을 문다.
아침이면 턱을 앞세워 도시로 떠나고 도시는 늘 우리를 궁핍하게 했다. 가끔은 턱이 외로워 보일 때도 있다. 그날은 혀가 턱을 떠난 날, 먹구름이 옥탑 방을 덮고 아마도 아침신문이 배달되지 않던 날일 게다, 날마다 진화해온 턱은 그대의 피 한 방울 훔치지 않고 우리를 무릎 꿀린다. 미추를 퇴화시키던 1백만 년 전의 탁월한 선택, 추 간판의 고통을 예감했어야 할 것이네.
무슨 원숭이의 이념이 동료들을 향해 턱을 세우게 하는가?
거대한 빌딩의 이빨과 우람한 문턱에서 떨어지는 침, 그 앞에 힘없이 툭, 툭 떨어지는 혀의 집들이 있다.
곡립曲立
내 혀는 취약하다
뇌혈관이 왼쪽으로 쏠리는 순간,
생각할 틈도 없이
총알처럼 튀어 나가는 말들,
허기에 굶주린 내 혀는
황금 식탁과 샥스핀을 동경했다.
입술 끝에는
나를 밀치며 간 시뻘겋게 번진 루주,
내 혀는 하늘 향해 깨금발을 올리나
자꾸만 넘어지고,
한땐, 나도 저 윗가지에 입술을 찍고 싶었다.
순간, 누군가 달디 단 입술을 들이밀자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혀.
나는 삐걱거리는 추를
곧추세우고 고릴라처럼 나아간다.
미추尾椎가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내 혀를 떠난 말들은
굽어지다 못해 게걸음으로 파행爬行한다
직립直立은 아직도 내겐 진행형일까?
이희원∙2007년 ≪시와세계≫로 등단. 공동시집 오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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