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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신작시/이명/허공 노마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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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693회 작성일 14-03-0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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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허공 노마드 외 1편

 

 

백복령 산길을 오르다

공중에서 미끄러지듯 낙하하는 거미와 맞닥뜨렸다

 

머구리가 줄을 달고 바다 밑을 탐색하듯 멈칫 내 눈 앞에 멈춰선 작은 낙하물체

방금 어느 별에서 줄을 타고 내려온 검은 털 로봇 같았다

 

나와 마주친 그도 놀란 듯 허공에서 죽은 듯이 고요했다

 

산들바람 한 줄기 불어오자 거미는 건너편 가지로 날아올랐다

투명한 점액질의 생명줄 하나 공중에 늘어졌다

 

순간 그 줄이 내 목을 감았다

손으로 뿌리치자 줄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누군가의 손이 보이는 것 같았다

 

 

 

 

묵주꽃

 

 

하늘이 가끔 낮아질 때가 있다

 

담쟁이 선명한 그림자, 붉은 성당 벽에 검게 드리워졌다

 

화선지에 먹이 피어나듯이 어둠이 잎의 밖으로 번져 나왔다

 

낮아진 하늘 탓에 잎은 불타듯 빛났고 빛날수록 어둠은 깊고 짙었다

 

벽에 착 달라붙은 잎이 온 몸으로 감싸 안고 있었지만 어둠은 몸 밖으로 넘쳐흘렀다

 

제 몸보다 커진 어둠을 벽에 걸어두고 있었다

 

인내하던 슬픔 사이로 강물이 넘쳐 흘렀다

 

어둠을 먹고 자란다고 했다

 

이명∙2011년 <불교신문>으로 등단. 시집 분천동 본가입납, 앵무새 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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