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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신작시/정미소/심퉁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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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소/심퉁이 외 1편
심퉁이 노란 알집을 터트렸다. 알집을 들어내자 속이 텅 비었다 아가미 사이로 둥근 혹 모양의 돌기를 건드리자, 순식간 도마 위로 시뻘건 피울음이 쏟아졌다. 어머나, 놀란 비명이 잠든 어머니의 바다에 급물살 일으켰다. 부둣가 노역으로, 어물전 좌판으로, 막장 떨이로, 내몰리는 삶이 퉁퉁 부어오를 때마다 어금니 꽉 물어 삼키던 바다, 어머니의 바다.
안방에 모로 누운 어머니의 곤한 낮잠을 본다. 팔자주름 언저리에 축 늘어진 볼살이 영락 없는 심퉁이다. 가파른 물길에 적조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면 낚싯대로 죄 없는 강아지의 엉덩이를 때렸다. 심퉁이 울음 같은 바다를 들고 어머니의 곤한 낮잠 깨운다. 어머니, 어머니 닮은 심퉁이가 왔습니다. 받으세요.
동물원
동물원에서 말레이곰 두 마리가 짝짓기를 한다.
암놈의 등을 타고 올라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숫놈의 배를 뒤집어 기마자세를 취하는 암놈의 몸짓이
폼페이 홍등가에서 본 프레스코 벽화 같다.
조명도 희미한 회반죽벽에 암놈의 등을 타고 올라
낯빛이 벌겋게 달아오른 털북숭이 말레이곰,
업어치기 하며 바닥에 드러눕는다.
허옇게 드러난 뱃가죽을 타고 오른 암놈의 허벅지.
달아올랐다, 식었다, 절정의 순간인지 말레이곰 두 마리
관람중인 사람들도 아랑곳없이 밀착하여 괴성을 지른다.
온몸을 부르르 떤다.
암놈과의 짝짓기가 만족했는지 털북숭이 말레이곰
홍등가 회벽에 암놈의 이름과 체위를 새겨두었다.
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동물원
바람이 불 때마다 비릿한 정액냄새가 나는,
말레이곰 관람관에서
소풍 나온 아이가 곰들이 싸운다고 운다.
얘야, 걱정말아라.
정미소∙2011년 ≪문학과창작≫으로 등단.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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