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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신작시/조재형/출항일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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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832회 작성일 14-03-0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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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출항일지 외 1편

 

 

중년의 조황을 돌아본다. 오렌지 집어등을 거점으로 오목한 봉수망에 멸치 떼가 쏟아졌다. 수초마다 인맥을 펼쳐 놓은 자망에선 잔 우럭들 입질이 그만이었다. 알량한 권세를 미끼로 통발을 쳐놓자 미꾸리들이 은신처 찾아 몰려들었다.

 

너벅선과 만장이 두 척으로 의기양양 출항한 나, 쉰 고개 앞두고 몰황으로 알탕갈탕 허덕인다. 오래전 먹물로 물든 바다, 어신은 매양 분주하지만 씨알 좋은 대물은 눈에 띄지 않는다. 낚으려던 개우럭은 성긴 그물코로 숭숭 빠져 나갔다. 걸려든 것은 아이들 밥상에도 민망한 눈먼 피라미들뿐, 돌아보면 방파제 안에 맴돌며 가두리 양식장을 기웃거린 관습 탓이다. 어느새 나는 야금야금 악어새 반열에 올라섰나.

 

물너울 넘치는 가파른 어장에서 가난한 어부, 내 아버지는 다도해보다 거친 생을 어찌 건너왔을까. 거룻배 한 척만으로 와류와 반류 헤치고 누려온 눈부신 어황, 흰여울 치는 파도를 보여주려다 굽은 당신의 새우등.

 

 

 

 

과적 위반

 

 

검진센타를 내원한 날

혈류을 파손하는 주범이 적발되었다

추락한 시력을 들여다본 젊은 의사가

평생 볼모로 나포된 거라며 휘슬을 분다

 

백년도 미치지 못할 주행거리

천 년을 운행할 듯 적재함을 채웠다

하중을 견디지 못한 혈당 수치가 널뛰기 한다

경고등을 무시하고 방임하는 사이

온몸에 잠입한 것인가

정직한 몸이 미리 전파했을 빨간불

통장 액면에 흐려진 시야가

체적량을 초과하였던 것

 

채혈을 시도하는데 통로가 막혀 있다

유유자적이 진입로를 찾지 못한

마음을 비우라는 처방이다

전신에 만차된 허식과 휴경지를 뒤덮은 위선의 잡초

마음과 결탁한 저 무거운 화물들

하차시키기 쉽지 않은 일인데

 

발부한 진단서는 백기처럼 펄럭이고

 

조재형∙2011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지문을 수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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