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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신작시/하유숙/호랑나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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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993회 작성일 14-03-0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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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유숙/호랑나비 외 1편

 

 

어디서 날아왔는지 호랑나비 한 마리 요양병원 찬 시멘트 바닥에 앉아 있습니다 날갯짓을 잃었는지 꽃향기를 잊었는지 요지부동입니다

뭉크랑한 오후가 덩달아 쭈그려 앉습니다 호랑나비 눈썹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햇살에도 움찔거리는 노인들을 향해 이따금씩 날개를 돋웁니다

‘호랑나비 한마리가 꽃밭에……’

넘어질까 말까 하는 김흥국의 몸춤으로 아파트 사이사이 엇놀리는 강남 스타일의 말춤으로 삶의 여백을 흰 시트에 간신히 그려가는 노인들을 위문 온 모양입니다

병실 안은 금시今時 꿈들이 폴짝입니다 시멘트 바닥에 참나리 끈끈이대나물 엉겅퀴 백일홍 초피나무 붉고 푸른 것들이 춤을 춥니다 짙은 향기가 나울나울 날갯짓을 합니다

엇누운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일으켜 세웁니다 노인들이 일어나 앗싸! 호랑나비 하고 춤을 춥니다 어리마리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머리맡에 호랑나비 나폴거립니다 내일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눈은 호랑나비를 쫓을 것입니다

밤돌이로 꿈에 밟힐 것입니다 노인들은 베개 위를 거볍게 날기도 하고 흐늘어진 쭈굴살은 이내 펴질 것입니다

 

이승의 희망의 연입니다

잠시나마 이승잠 쫓는 호랑나비

 

really

앗싸, 호랑나빕니다

 

 

 

 

동자꽃

 

 

오노오노오노오노오노……,

동자꽃이 달린다 바위에 앉아 마을을 내려다보는 동자승의 눈길이 달린다 주지승이 달린다 솜털 송송 돋힌 동자꽃 눈물이 압침으로 꽂힌다 눈길 위를 휘뿌리듯 미끄러지듯 오노오노오노오노오노…… 차디찬 목숨이 새파랗게 암자를 지키다가 밤새껏 탑돌이를 하다가 괘불에 삼천배도 못 맟고 설움이 엇몰이 하듯 달린다 경적이 겁꾸러기마냥 달린다 바퀴가 노루뜀 하듯 달린다 사람들이 달린다 동자꽃 손을 잡고 그들 속에서 나도 누네피 짓무른 삶을 엿보며 달린다 산골짝 전설이 나뭇가지에 붙어 동자승의 얼굴을 어루쓸다 한길 쌓인 눈더미에 주저앉는다 어둠이 그 틈을 타 자신의 사원을 세운다 어둠의 돌종이 울린다 풍경의 경쇠소리 습관처럼 내달린다

끊임없이 이승의 둘레를 달리고 덧달리는 동자꽃,

오노오노오노오노오노……,

구급차 이동 침대가 달린다 아버지가 달린다 걸음마 하듯 걸으신다 달리신다 날아가신다

동자빛의 사이렌을 흘리며 동자꽃 신호등에도 멈추지 않는다 오노오노오노오노오노…….

 

하유숙∙2012년 ≪유심≫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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