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창간호/아라시/허청미/나무의 문장 외 1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3,043회 작성일 14-03-09 16:27

본문

나무의 문장 외 1편

 

 

천 개의 혀를 휘둘러 바람이 애무했다

바람은 새디스트

나무의 통점마다 돋아난 부스럼을

꽃이라 했다

꽃이라 말하고 사람들이 환호한다

항 우울제가 지천이다

 

하르르 바람이 기술을 부려

허공에 흩뿌리고 땅 위에 쌓이는

꽃잎은 상처의 낱말이다

 

나무는, 죽어서도 눕지 못하는 나무는

저항이 매몰된 잔인에 대하여

하르르 추락하는 허무에 대하여

은유로 말하는

꽃은 나무의 말이다

 

나무는 바람의 식민植民이다

바람의 강점기를 버텨내는

나무는, 바람제국 괄호 안에 있다

괄호 안에서 수형의 문장을 쓰고 있다

 

곧 절판될 길 위에 베스트셀러 ‘나무의 문장’

신발들이 읽고 또 읽고, 지우고 또 지운다

 

 

 

 

순장에 드는 나무

―아파트 재건축장 스케치

 

궁 안에 들어온 궁인처럼

궁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내관처럼

나무는

‘e-편한 세상’ 안에서 오로지

이 편한 세상을 위하여 충직했던 나무는

 

몸으로 계절을 말하는

우주의 시계

하루살이의 하루를

새들의 힘찬 비상을

매미의 긴 순환의 고리를

개미의 끝없는 노동을

바람의 패악을

지렁이의 느림의 미학을 설파하던

나무는, 학파를 초월한 철학의 거목

 

벽돌과 시멘트와 철근의 합체 철옹성을 지켜온 초병

나무가

앞으로 백년은 더 족히 사명에 충실할 수 있는

나무가

불혹의 근육질 아름드리나무가

반백년을 못 버티는 조악한 광물 덩어리를 따라

생나무가

21세기 순장에 든다

 

허청미∙2002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꽃무늬파자마가 있는 환승역.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