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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아라시/박정규/수제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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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3,191회 작성일 14-03-0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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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 외 1편

 

 

삶을 조개국물처럼 끓여보지 않은 이

어찌 없겠습니까만,

쇠죽 같은 국물에 둥둥 떠 있는 건더기

울컥, 삼켜보지 않은 이

어찌 없겠습니까만,

삼시세끼 건더기 몇 낱.

뜨거운 용암이 되어 엄니 품으로 흘러들었다.

나는 어머니 가슴에 떠 있는 섬이 되었다.

아버지가 부재한 가난한 섬이었다.

해종일 파도소리를 먹고

갯바위에 붙은 마른 따개비를 빨면서

갈매기 날개를 갖고 싶어 하던 작은 섬이었다.

파도에 우표를 붙여 그리움을 띄우고

수평선에 무지개를 만드는 꿈을 꾸곤 했다.

굵은 암초에 엄니 어깨가 들썩이는 밤이면,

갯벌의 바지락이 손을 내밀어

슬픔을 수화로 달래주기도 했다.

어쩌다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바다의 소금기를 씻어

덩굴장미처럼 하늘을 타고 올라

아버지 염전에 소금꽃을 피우기도 했다.

나는,

어머니 푸른 가슴에 둥둥 떠 있는 등대 같은

작은 섬이었다.

 

 

 

 

홰바리

 

 

어둠을 끌어당긴 눈썹달이 실눈으로

그녀를 훔쳐보는 한밤의 갯벌 소풍은

밀물과 썰물이 역할을 바꿀 때가 제격이다.

 

썰물의 가장자리를 환히 뜯어보면

하단전에 송송 맺힌 파도송이가

밤 마실 나온 그녀의 야행성 통증을 닮아있다.

 

횃불이 갯벌의 치맛자락을 스칠 때마다

그녀의 밤소풍은 키 낮은 파도를 기억한다.

 

촘촘한 어둠 속 하얀 자락을 타고 밀려오는

파도의 더듬이가

널브러진 갯벌에다 홍자색 속살을 풀면

소풍의 꼬리는 부끄럽게 눈썹달을 지우는데

 

밤새 갯벌 산통을 앓은 그녀의 아랫도리가

새벽별을 이고 서있는 선창에다

품었던 낙지와 참게를 환하게 쏟아 놓는데

 

박정규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탈춤 추는 사람들, 검은 땅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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