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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신작시/이종만/아니라고 아니라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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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만/아니라고 아니라고 외 1편
내가 나에게 입속으로 말한
죽일 놈 살릴 놈을
누가 발설을 하고 있다
마음에서 마음속으로 한 이야기를
깐죽거리며 하고 있다
아니라고 우겨보지만
그 날 그 시간을 앞세워 날 되받아친다
내가 나에게 한 이야기
아니라고 우길수록 이야기의 늪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내가 나에게 입을 일자로 다물고 한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고 하고 있다
얼굴이 붉게 꽃피도록
아니라고 아니라고 우겨본다
해안에 밀려드는 해초만큼
내가 나에게 한 이야기에 엉키어 가고 있다
한 사람도 날 변호해 주지 않는
죽일 놈 살릴 놈들이
눈에 눈물방울 되어 떨어지고 있다
나를 죽이고 싶을 만큼의 내 죄
내가 기도를 올리다 내 모습이 떠오르자 날 죽이고 싶을 만큼의 내 죄 회개하면 공기보다 가벼워질 죄 풀잎 위에 내려 놓으라 발 아래 풀들이 손짓해도 씻어지지 않을 죄 꼭 붙들고 있다 배 위에 실으면 바다 속으로 배가 가라앉을 산보다 무거운 죄 마음속에 있다
이종만∙ 199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오늘은 이 산이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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