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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신작시/태동철/섬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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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신작시/태동철/섬 외 1편
태동철
섬
누군가 멍울로 번지고 있다면
당신 가슴에 섬 하나 자라고 있는 거다
도려낼 수도 방치할 수도 없는
더 이상 도망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외퉁이다
누가 간절함을 풀어 섬 주위에 그리움을 산란하겠는가
당신은 오늘부터 고립무원이다
뿌리가 너무 깊다.
매운탕의 감정
40년 간 수산시장에서 탕만 끓이다가
저문 여자가 있다면
매운탕에도 감정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펄펄 끓는 탕 앞에서 울고 있는 그녀가
방금 양념으로 넣은 것은 맵고 아린 눈물이다
살은 다 내어주고 뼈만 남아서
앙상함을 재빨리 감추고 싶어서
그녀는 어둠을 사시사철 발라낸다
남편이 죽고 자식 마저 떠난 비운의 스토리에
사내들의 무표정이 진하게 졸아들고 있다
허공에 가시만 남은 감정이 헤엄쳐다닐 때까지
각색된 결말은 끝날 줄 모른다
그누구도 불 끄는 손을 내밀지 못한다
칭얼거리는 파도를 무릎에 앉히고 달래듯
그녀가 독백 같은 방백을 조곤조곤 털어내면
식도부터 내장까지 한 줄기 뜨거운 설음이 흐른다
손가락을 길게 빼서
창밖으로 흐르는 검붉은 황혼을 휘휘 저어본다
앙금이 하나도 없다
밑바닥까지 다 드러내 놓고 있으니까
*태동철 2003년 《문예사조》로 등단. 시집 『내 사랑 영흥도』외. 한국해양문학(우수상), 여수해양문학상, 계간문예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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