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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신작시/김희주/홍시처럼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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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신작시/김희주/홍시처럼 외 1편
김희주
홍시처럼
저렇게
겨울비에 젖은
딱딱한 대봉감
말랑말랑 홍시 되듯
내 사계절도
그렇게 서러운
눈물에 익은 달콤한 노년
비릿한 초록 고집
떫었던 젊음도
세월의 바람 앞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지혜로움
네 초록 잎사귀
우수수 떨어진
그 길
둥글둥글
화안하게 밝혀주는
주홍빛 등불 되리
홍시처럼
지리산이 내게로 오네
선생님, 택배 보냈습니다
머라카지 마이소
40년 전의 단발머리 제자의 카톡
어이쿠, 또
해마다 가을이면
산청 곶감, 감 말랭이
농사지은 고춧가루, 지리산 약초
금박지 속의 공진당까지
지리산 산자락이 통째로 날아온
태평양보다 더 넓은
코흘리개였던 제자의 보은報恩
통신의 세계화로
이 넓은 미국 땅 어디에 있을지도
모를 선생님을 찾은 기쁨
부끄럽고 미안하다
관용보다 젊은 혈기로
매를 들었던 그 때
새삼,
뛰어노는 아이들을 위해
돌멩이 하나라도 더 줍겠다는
페스탈로치를 존경했던
그 때로 돌아가게 하는 너
고맙다
이제 지리산 산자락이
나를 가르치는 감사의 스승
*김희주 2004년 《창조문학》 으로 등단. 해외문학대상 수상. 시집 『살아가는 일도 사랑하는 일만큼이나 물소리 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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