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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신작시/김선아/먼산바라기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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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신작시/김선아/먼산바라기 외 1편
김선아
먼산바라기
앞산이 뒷산에 안기고 뒷산이 앞산을 안아주고
잔설 남아 있는 첩첩산중
첩첩의 뒷산은 먼 산이 되고 까마득해지고
먼 산을 희망에 부푼 청록색으로 짙게 붓질하면 안 될까
안아주기 선수인 우리 고모
애인을 늘 안아주었는데도 협곡으로 자꾸 떠밀더라고
새 사람에게 실토했다가 한 방 또 얻어맞고
우리 고모 먼 산처럼 아예 흐릿해졌던 것이어서
연초록이라도 칠해주면 안 될까
뒷산을 먼저 안아주는 먼동을 곱절로 만들어 주면 안 될까
싱싱한 혀를 꿈꾸다
40년 간 수산시장에서 탕만 끓이다가
내 노래는 미완성 내 혀는 비눗방울 혀 속 우글거리는 거품은 흉몽이었다. 목숨이 흙 속에 파묻혀도 진실을 노래하는 자의 혀는 끝끝내 싱싱할 거라던 옛이야기를 먼 폭포에 가서야 확인했다. 깊은 산속 폭포수의 혀는 싱싱하였고 거침없는 진성眞聲으로 내 혀의 흉몽을 큰북 치듯 쳐댔다 줄기찼다. 마침 폭포수 뒤편에 둥지 튼 붉은깃찌르레기 소리 나지막이 들려왔다. 붉은 깃의 그 새소리는 먼저 진심을 내밀고, 다음엔 심장을, 그 다음엔 혀 내밀기를 반복하며 곡조를 완결해 가고 있었다. 다음 또 그 다음 생의 진심까지 빌려와도 여전히 허탈한 가성假聲이고 비눗방울인 내 혀는 그 완결본의 진실을 알아챌까.
*김선아 2011년 《문학청춘》으로 등단. 시집 『얼룩이라는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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