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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신작시/석연경/산천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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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신작시/석연경/산천어 외 1편
석연경
산천어
아이가 우는 동안
산천어가 배고픈 산을 덮는다
나무의 나이테를 먹고
숲이 촘촘 비늘에 박혔다지
구름 입자를 뻐끔거리며 마시고
산천어는 물속에 가라 앉아
떨어진 별을 세네
별은 뾰족하여 혓바닥이 찔리고
지느러미는 돌보다 단단하다지
차돌을 찾아 쨍 얼음 위에 던졌네
강은 산천어를 숨기느라 얼고
죽음의 두께로 튀겨진 어묵이 떠다니네
하늘이 물속에 잠겼네
거대한 무덤
종소리가 심장소리보다 크네
테러는 테러를 당하고
살림의 방향은
바이러스의 진격
얼음이 박힌 점박이 얼굴
미끄러운 길을 기우뚱 걸어가고 있다
산에는 바위 하나가 쿵 떨어지네
정혜사
산복숭아 꽃가지 위에 까마귀가 앉아
운다 고양이 한 마리 호랑이인양
쳐다보더니 표범보다 빨리 달려
숲으로 사라진다
잿빛 사제가 사라진 건 지난한 사실일 뿐
머나먼 적막은 지평선 끝에 빽빽하다
까마귀가 구름 자욱한 자작나무 숲에 깃든다
어느새 적막 사이로 눈이 내린다
벚꽃만발 기차는 강변 따라 떠나갔으나
너무 풍성한 몸으로 묵직하다
느리고 더디다
검붉은 와인이 겨울호수로 쏟아져 내린다
빈병이 고개 숙인 채 어둠 속에 있다
검붉은 장미가 가시를 매단 채
어둠 속에 피어 있다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가시가 쏟아져 내린다
고양이는 숲을 돌아 허공으로 날아간다
까마귀가 어둠을 깨는 동안
폭설은 소리 없이 내리는데
여기저기 어둠이 부러지는 소리
폭설 아래 검붉은 와인이
빙하를 녹이고 있다
우리가 갈 곳은 이미 물푸레가 피어나고 있다
*석연경 2013년 《시와문화》로 등단. 2015년 《시와세계》 평론 등단. 시집 『섬광, 쇄빙선』 외. 송수권시문학상 젊은시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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