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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신작시/김수원/연꽃 핀 바람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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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신작시/김수원/연꽃 핀 바람 외 1편
김수원
연꽃 핀 바람
그는 연꽃 핀 바람을 타고 서녁 강을 건넜다
나는 나루터에 홀로 남아
비밀한 물그림자 속만 바라본다
반평생 함께 걸어왔던 길
꽃이 필 때 벅찬 심장, 꽃이 질 때 숨찬 울음,
물결 갈피를 들추며 살아나는
기억들
수심 깊이 한 줌 뼛가루로 흩어져서
흰 물거품의 수의로 밀려왔다
고요히 잠겨간다
무너져 내리는 가슴
산 그림자가 노을 진 손길로
아린 슬픔을 쓸어내린다.
가을 억새
어머니,
하얀 수건을 머리에 쓰고 가을걷이를 한다
구부정한 허리를 펴며 하늘을 우러른다
일곱 자식을 거두느라 골다공증을 앓는 대궁 속
저 신음하는 것들
고된 삶을 노래 한 소절로 풀어내며
막걸리 한 사발에 슬픔을 털어낸다
지나가는 바람에도 숨이 차오르는
저 서걱대는 것들
가을 햇빛에 풀어헤친 은빛 머리가 눈부시다
못다 이루며 살아온 날들이 어지럽힌
가슴을 쓸고
하늘을 비질하는
저 흔들리는 것들
생의 결기로 잎줄기에 칼날을 벼리는 성품이다
청상의 절개를 꼿꼿하게 지켜온
저 산자락.
*김수원 2017년 《불교문예》로 등단. 시집 『바람의 순례』 외. 계간참여문학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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