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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신작시/박달하/이왕이면 다홍치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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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신작시/박달하/이왕이면 다홍치마 외 1편
이왕이면 다홍치마 외 1편
박달하
왼쪽 렌즈만 닦았다 보이는 건 한겨울 서릿발
오른쪽 렌즈만 닦았다 보이는 자작나무숲의 손짓
왼쪽렌즈만 닦았다 보이는 건 고양이의 발톱
오른쪽 렌즈만 닦았다 보이는 건 강아지의 콧등
안경을 벗었다 보이는 건 너의 눈동자에 보이는 바다.
안경을 닦았다. 별 안에 가두어둔 청춘이 살아난다.
눈을 감았다 숲의 내음을 풍기는 추억의 보따리
이왕 걷는 길 몽돌 웃는 해변을 달그락거려 본다
어머니의 기억
어머니가 광 깊숙이에서 잠자던 콩자루를 꺼내신다.
볕 좋은 한낮 지난 기억들을 멍석 위에 쏟아낸다.
긴 잠에서 깨어난 콩들이 통통 뛰며 마당을 누빈다.
묵은 기억들을 툴툴 털어내며 햇살에 바짝 말리면,
온몸이 뜨겁게 타는 지난날들이 멍석 위에 펼쳐진다.
콩깍지에 씌워 몰랐던 날들이 마당 곳곳에 굴러다니고,
자식 같은 콩알들 거두어 논두렁 밭두렁에 심어놓는다.
*박달하 2018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사립문을 열다』.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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