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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특집2 노래가 된 시, 시가 된 노래/이외현/시가 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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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64회 작성일 20-01-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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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특집2 노래가 된 시, 시가 된 노래/이외현/시가 된 노래


이외현


시가 된 노래



2016년 가수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어 세계가 들썩인 적이 있다. 문학계에서는 대중가수가 노벨문학상을 받는 것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겨 반대하는 여론과 그의 노래가사 속에 시적 표현들이 많아 이미 시라며 찬성하는 의견으로 첨예하게 대립되었다. 스웨덴 아카데미는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위대한 미국 음악의 전통 안에 새로운 시적 표현들을 창조해왔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 밥 딜런의 노래들을 여러 곡 검색해보았다. 과연 그의 노랫말이 시인지 아닌지, 그가 시인이 맞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밥 딜런에 대하여, 혹은 그의 노래 가사에 대하여, 발간된 책들 또한 여러 권이 있다. 밥 딜런의 노래 중 「Blowing in the wind」는 필자가 느끼기에 시대를 대변하는 이야기와 시적표현이 다양하며 철학적인 깊이가 느껴지는 내용이 많았다.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 봐야 진정한 인생을 깨닫게 될까요
흰 비둘기는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 봐야 백사장에 편안히 잠들 수 있을까요
전쟁의 포화가 얼마나 많이 휩쓸고 나서야
세상에 영원한 평화가 찾아올까요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어요 그건 바람만이 대답할 수 있답니다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높은 산이 씻겨 내려 바다로 흘러갈까요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사람들은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요
언제까지 고개를 돌려모르는 척 할 수 있을까요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어요그건 바람만이 대답할 수 있답니다
얼마나 많이 올려다 보아야 진짜 하늘을 볼 수 있을까요
얼마나 오랜 세월을 살아야 다른 사람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 되어야
무고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었음을 깨달을까요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어요 그건 바람만이 대답할 수 있답니다.


―「Blowing in the wind」 부분


이 가사에 나오듯 “전쟁의 포화가 얼마나 많이 휩쓸고 나서야 세상에 영원한 평화가 찾아올까요.” 이러한 일들은 밥 딜런이 노래할 당시에도 일어났고 지금도 무수히 진행되는 일들이다. 그 대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다. 그가 시인인지 아닌지는 바람만이 알고 있다. 아니, 그의 음악을 들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 그는 이렇게 평화와 자유를 노래하였다.


밥 딜런은 「Like a rolling stone」에서는 사회적 부조리를 지적하며 지배계급에 대해 직설적이며 냉소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하였다.


넌 무일푼이잖아, 잃을 것 하나 없잖아
넌 투명인간이야, 숨길 비밀이란 없어
기분이 어때, 기분이 어때?
도와줄 사람도 없이
집으로 가는 방향도 잃은 채, 완전히 잊혀진 채로
구르는 돌처럼 사는 게 어떤 기분이니?


─「 Like a rolling stone」 부분


하지만, 그는 소외되고 힘든 이들에게는 다음과 같이 따뜻한 위로가 되는 노래를 불렀다.


당신 앞에 비바람이 몰아치고 세상이 모두 널 탓하는 것 같을 때 내가 당신을 따뜻하게 안아 줄게요 내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밤이 드리우고 별이 비칠 때 당신의 눈물을 닦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내가 당신을 아주 오랫동안 안아 줄게요 내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 Make you feel my love」 부분


우리나라의 방탄소년단(BTS)은 인터넷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로 유튜브, SNS를 통해 전 세계 팬들과 직접 소통하며 세계적인 뮤지션으로 거듭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비틀즈 이후 최고의 팬덤을 자랑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그들은 2년 사이에 빌보드차트 1위를 세 번이나 하였다.


널 알게 된 이후 ya 내 삶은 온통 너 ya
사소한 게 사소하지 않게 만들어버린 너라는 별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특별하지
너의 관심사 걸음걸이 말투와 사소한 작은 습관들까지

다 말하지 너무 작던 내가 영웅이 된 거라고 (Oh nah)
난 말하지 운명 따윈 처음부터 내게 아니었다고 (Oh nah)

세계의 평화 (No way)
거대한 질서 (No way)
그저 널 지킬 거야 난
(중략)
But 너의 상처는 나의 상처
깨달았을 때 나 다짐 했던 걸
네가 준 이카루스의 날개로
태양이 아닌 너에게로
Let me fly


─방탄소년단(BTS) 「작은 것들을 위한 시」부분


방탄소년단은 화려한 퍼포먼스와 댄스로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소녀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름다운 노래와 팬을 위로하는 가사들로 외롭고 하찮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모두가 소중하고 아름다운 별과 같은 존재라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래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음악을 통해 위로를 받고 따뜻한 마음을 느낀다. 이들의 힘은 겸손하고 모두를 감싸 안는 따뜻함에서 온다.


반짝이는 별빛들 깜빡이는 불 켜진 건물 우린 빛나고 있네 각자의 방 각자의 별에서 어떤 빛은 야망 어떤 빛은 방황 사람들의 불빛들 모두 소중한 하나 어두운 밤 (외로워 마) 별처럼 다 (우린 빛나) 사라지지 마 큰 존재니까Let us shine 어쩜 이 밤의 표정이 이토록 또 아름다운 건 저 별들도 불빛도 아닌 우리 때문일 거야 (중략)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 밤이 깊을수록 더 빛나는 별빛 한 사람에 하나의 역사


─방탄소년단BTS 「소우주Microcosmos」 부분


노래가 된 시


2018년 《아라문학》 여름호에 실린 아라포럼 <우리시의 노래성> 중에서 대중가요가 된 시들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조사하여 발표한 적이 있다.


실버들-희자매가 부른 노래로 김소월의 시.
세상모르고 살았노라-송골매(배철수)가 부른 노래로 역시 김소월의 시.
순아-최헌이 부른 노래로 원제는 장만영의 ‘사랑’이라는 시.
못잊어-패티김이 부른 노래로 김소월의 시.
바다에 누워-높은 음자리의 노래로 박해수의 시.
초혼-민지의 노래로 김소월의 시.
산넘어 남촌에는-박재란의 노래로 김동환의 시.
사랑굿-고 길은정의 노래로 김초혜의 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만나랴-유심초의 노래로 원제 김광섭의 ‘저녁에’라는 시.
황톳길-도종환의 시.
향수-이동원, 박인수의 노래로 정지용의 시.
개여울-정미조가 부른 노래로 최근 심수봉이 리메이크한 김소월의 시.
고려청자-강병철과 삼태기가 부른 노래로 월탄 박종화의 시.


이외에도 노래가 된 시들이 많지만 너무 방대하여 주로 문화예술 소통연구소에서 그동안 발표한 시노래 앨범 위주로 살펴볼 예정이다.


제 1집 <석류>에 수록된 곡 중에서 대중성과 작품성이 있는 곡들이 많다. 한 곡만 대표곡으로 뽑을 수가 없어 세 곡을 소개한다. 대표적인 곡 중에 「금강산 나무꾼」은 장종권 시에 김근영이 작곡한 곡으로 시 전반에 걸쳐 풍자와 해학을 담고 있다. 노래를 듣는 동안 할머니에게 들은 ‘금도끼 은도끼’의 옛날이야기가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머문다.


금강산 나무꾼이 나무를 찍다가

아차, 도끼를 빠뜨렸다
반평생을 갈고 닦아
땀이 배고 피가 절은
천하제일의 쇠도끼였다


잠시 후 물 속에서
백발이 성성 나타난 노인
금도끼 손에 들고
네 것이냐 물었으나 아니라
은도끼 손에 들고
네 것이냐 물었으나 그도 아니라
쇠도끼 다시 들고
네 것이냐 그러하오
노인이 감동하여
금도끼 은도끼 모두 주었더라


─장종권 시 「금강산 나무꾼 」 부분
 
박익흥 시에 나유성이 작곡한 「금강에서」는 노래를 듣는 내내 흡사 가곡을 듣는 것 같다. 시노래가 웅장하고 결연하다. 가수의 뛰어난 가창력이 듣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후련하고 뻥 뚫리는 느낌을 선사한다. 가사에 가만히 귀 기울여보면 장엄하고 비장한 금강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강변 푸른 언덕에서
강물을 바라본다
한 포기 시퍼런 풀물
녹두장군이 휘몰던
곰나루 시퍼런 강물
나는 배경이 되어 서서
그날을 싣고 흐르는
역사를 바라본다.


─박익흥 시 「 금강에서」부분


이가림 시에 나유성이 곡을 붙인 「석류」는 제1집의 제목으로 정할만큼 대표곡 중 대표곡이다. 「석류」라는 시는 시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아 많은 독자에게 알려진 시다. 이러한 시가 가락과 함께 어우러져 큰 시너지 효과를 나타낸다.


무한히 새파란 심연의 하늘이 두려워
나는 땅을 향해 고개 숙인다
온몸을 휩싸고 도는
어지러운 충만 이기지 못해
나 스스로 껍질을 부순다


아아, 사랑하는 이여
지구가 쪼개지는 소리보다
더 아프게
내가 깨뜨리는 이 홍보석의 슬픔을
그대의 뜰에
받아주소서


─ 이가림 시 「석류」 부분


제2집 <씨앗>에 수록된 노래 중 내 마음에 가장 와 닿는 노래는 김영식 시에 나유성이 곡을 붙인 「북한산」이다. 젊은 시절 사랑했던 여자와 함께 올랐던 북한산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고 울부짖듯이 포효하며 이별의 아픔을 노래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애간장이 녹는다.


안개비 짙게 내리는 그 여름의 북한산 바위 밑에서 
비노래 함께 나직이 부르던 젖은 머리의 당신과 나는


그날의 사랑 비에 젖지 않게 성벽 틈에 고이 넣었지
어쩌다 우리 헤어져도 비와 사랑의 기억 다시 찾자고


나는 비가 오면 다시  찾아와 내 그리움 덧붙이는데
오늘도 홀로 찾은 북한산 여전히 당신의 흔적은 없어


우리 사랑 그런 거였나 아니 그대는 이제 도시의 여자
바람에 흩날리는 안개비 내 가슴에 닿는 차가운 얼굴


─김영식 시 「북한산」전문


제3집 <어머니의 물감상자>에서는 멜로디가 경쾌한 장종권 시 「콩밭에서」와 가사가 걸쭉한 남태식 시 「죽변항」을 신나게 따라 부를 수 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실제로 시장에서 물감장사를 하셨다는 강우식 시 장태산 곡 「어머니의 물감상자」를 살펴보자. 이 노래는 시와 멜로디가 잘 어우러져 노래를 듣는 내내 자식을 위해 고생하신 우리들의 어머니 상이 오버랩 된다. 듣는 이마다 각자 자기의 어머니를 떠올릴 것이다. 우리 어머니도 농약 장사, 비료 장사 등 남자 장정들도 하기 힘든 일을 하면서 자식들을 공부시켰다. 무거운 박스들을 번쩍번쩍 들어올리며 일을 하다가도 장날에 오신 단골 아저씨들에게는 가게 앞에 있는 주점에서 머리고기에 막걸리도 사주고, 아주머니들에게는 음료수나 수박 등을 가져와 먹을 것을 나눴다. 이렇듯 힘든 장사를 평생 놓지 않으셨던 억척스러운 젊은 시절의 어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게 애쓰다가 ‘이제는 내 손이 필요 없구나.’ 하는 순간 몸에 진이 다 빠져, 껍질만 남은 현재의 아픈 어머니가 노래를 듣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어머니는 시장에서 물감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물감장사를 한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온갖 색깔이 다 모여 있는 물감상자를 앞에 놓고
진달래꽃빛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진달래 꽃물을,
연초록 잎새들처럼 가슴에 싱그러운
그리움을 담고 싶은 이들에게는 초록꽃물을,
시집갈 나이의 처녀들에게는 쪽두리 모양의 노란 국화꽃물을
꿈을 나눠주듯이 물감봉지에 싸서 주었습니다.
눈빛처럼 흰 맑고 고운 마음씨도 곁들여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해종일 물감장사를 하다보면
콧물마저도 무지개빛이 되는 많은 날들을
세상에서 제일 예쁜 색동저고리 입히는 마음으로
나를 키우기 위해 물감장사를 하였습니다.
(중략)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어머니가 그러했듯이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운
색깔들만 가슴에 물들이라고
물감상자 하나만 남겨두고 떠났습니다


─강우식 시 「어머니의 물감상자」 부분


제4집 <하늘과 바다와 구름의 사랑이야기>에서는 김완하 시 나유성 곡 「별」이라는 곡을 살펴보자. 이 곡의 가사를 보면 삶이 고단하지만 별이 있어 외롭지 않고, 별이 어렵고 힘든 이웃을 위로해 준다는, 따듯함이 전해지는 노래이다.


별들이 아름다운 것은 서로가 서로의 거리를 빛으로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허리가 휘어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 발 아래로 구르는 별빛, 어둠의 순간 제 빛을 남김없이 뿌려 사람들은 고개를 꺾어 올려 하늘을 살핀다. 같이 걷는 이웃에게 손을 내민다. 별들이 아름다운 것 서로의 빛 속으로 스스로를 파묻기 때문이다 한밤의 잠이 고단해 문득, 깨어난 사람들이 새벽을 질러가는 별을 본다. 창밖으로 환하게 피어 있는 별꽃을 꺾어 부서지는 별빛에 누워 들판을 건너간다. 별들이 아름다운 것은 새벽이면 모두 제 빛을 거두어 지상의 가장 낮은 골목으로 눕기 때문이다


─김완화 시 「별」전문


제5집 <오! 인천>에서는 공광규 시 나유성 곡 「월미도」를 감상해보자. 화자는 바람이 몹시 부는 어느날 우울한 마음을 안고 월미도에 가서 소주 한 잔 걸치러 포장마차에 들른다. 그러나 문득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니 잘못 살아왔다는 맘이 뼈저리게 느껴진다. 그래서 흘러간 세월을 사서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애잔한 가락이 심금을 울리고 그의 삶에  나의 삶이 투영된다.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연명하듯 아득바득 살아가며 자신을 뒤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살았다한들 남들 앞에 내어 놓을 것 하나 없고 오히려 초라하기 그지없는 삶이다. 여기저기 돌부리에 치이며 살아온 소시민인 화자는 세월을 사서 젊은 시절로 되돌리고만 싶다.



낡은 포장마차가
우울을 달래며 입김을 불어댄다
흘러간 노래가 해변을 따라 흘러다닌다
너 그렇게 살면 안 된다 안 된다 하며
허공을 후려치는 선창의 깃발 뺨이 시리다
흘러간 세월을 파는 곳은 없는 걸까
잘못 걸어온 세월 되돌아보며 온몸을 떤다


─공광규 시 「월미도」 부분


제6집 <빛>에서는 김구용 시, 김애영 곡 6집 제목과 동일한 「빛」을 살펴보자. 가사를 보면 어떤 여인이 간절한 염원이 있어 초를 켜고 향을 올린다. 정화수를 바치고 엎디어 두 손 모으고 경건하게 기도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럴 때 가슴 속에 있는 빛과 촛불의 빛이 만나 빛과 빛이 맺힌다.


불을 노-란 밀초에 켜놓은 뒤
푸른 향을 올리고 정화수를 바치니
빛 안에 넘나 노는 색은 향연 솔솔 굽이쳐
치마자락은 외씨 같은 버선을 덮어 엎디어
두 손 모을 때 가슴 안에서 서리는 빛
빛 안에 곱게 꺼진 빛은
빛과 빛이 맺히니


─김구용 시 「빛」 전문


제7집 <수수밭을 지날때>에서 눈에 띄는 곡은 장정자 시 ,장태산 곡 「박태기꽃」이다. 이 곡은 의성어와 의태어를 적절히 섞어 흥겨움을 더한다. 내용을 보면 시어머니의 구박이나 잔소리에 입이 댓발이나 나온 며느리의 눈물겨운 시집살이에 대한 가사이지만 통통 튀는 경쾌한 멜로디가 즐겁게 노래를 따라 부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박태기꽃 속에는 햇빛들이 쫑알쫑알 모여 있네/부뚜막 얼쩡거리는 강아지 꼬랑지 걷어차며/입이 댓발이나 빠진 며느리가 궁시렁궁시렁 들어 있네/박태기꽃 속에는 하루 종일 입이 궁금한 시어머니가 들어있네/수수꽃다리 하얀 별꽃이 얼핏얼핏 숨었다가 보였다가/박태기꽃 속에는 햇빛들이 쫑알쫑알 모여 있네.


─장정자 시 「박태기꽃」 전문


제8집 <월미도의 보름달> 중 가장 돋보이는 곡은 정미소 시 장태산 곡 「나는 징이다」이다. 가사 한 소절 한 소절이 가슴을 때리는 우리의 이야기 같아 마음이 아프다. 삶이라는 매질에 일방적으로 얻어터지고 마침내 징징징 쇠울음을 운다. 절망의 그늘에도 햇살은 떠오르고 그걸 잘 견딘 몸에게 고맙다고 다독인다. 아프지만 좌절하지 않고 견디고 살다보면 햇살도 비치는 삶이 온다는 희망적인 가사가 멜로디와 잘 어우러져 장엄하기까지 하다.


나는 징이다. 바람이 와서 툭 툭 칠 때마다 펄 펄 끓던 불가마가 생각난다. 온 몸이 쇳물로 녹여지며, 벌겋게 달아오르는 고열과 옹고집이 쇠망치로 펑 펑 매질을 당했다. 산다는 건, 바데기에 한 뜸 한 뜸 불 담금질을 견디는 거였다. 내안의 울음 깨기였다. 더는 견딜 수 없었던 어느 날, 가슴 저 밑바닥에서 옹이로 박힌 울음주머니가 부종처럼 부어올라 징 징 징 쇠 울음소리를 내었다. 가슴이 돋움질치며 유장한 소리와 소리의 파장이 일었다. 사투리와 사투리로 뒤섞이는 사람들 틈에서 자주 모가 났던 내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큰 울림통이 되었다니. 산다는 건 불가마속이어도 견디고 볼 일이다. 쓰레기 산에서도 꽃은 피고, 절망의 그늘에도 온기로 다가오는 햇살. 오늘, 녹청 꽃 피어도 좋은 내 몸에게 고마워. 고맙다고 말했다.


─정미소 시 「나는 징이다」 전문


사단법인 문화예술소통연구소(이사장 장종권)는 매년 1회 정기적으로 시노래콘서트를 개최한다. 시노래콘서트는 아름다운 시에 곡을 붙여 무대에 올리는 것으로 현재까지 210여 편의 시에 곡을 붙였으며 앨범 8집을 제작하였고, 2018년까지 열여섯 번째 공연을 해왔다.
제1집부터 제8집 중 위에서 소개한 곡 말고도 주옥 같은 노래가 많으나 수많은 곡을 소개하기에는 지면이 턱없이 부족하여 필자가 감명 깊게 들은 곡이나 좋아하는 곡 위주로 살펴보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시노래를 1년에 한 번 시노래콘서트와 관련 동영상만으로는 널리 알리기에 어려움이 있다. 아무나 하기 힘든 일을 16년째 고집스레 이어온 문화예술소통연구소에 박수를 보낸다. 대한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지역문화예술재단 등은 문턱을 낮추고 시노래 보급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었으면 한다. 또한,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한 시노래 보급에도 관심을 가져야만 이런 좋은 곡들이 묻히지 않고 대중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소통연구소 홈페이지에서 커뮤니티의 ‘시를 노래하는 사람들’을 검색하면 그동안 발표했던 시노래들이 앨범 별로 수록되어 있어 골라 들을 수 있다. 가사와 악보가 수록되어 있고 동영상으로도 시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 여러분이 직접 들어보시길 권한다.
운전을 하면서 시노래를 틀어놓고 큰소리로 따라 부를 때가 많다. 특히, 여행을 가거나 문학기행을 갈 때면 시노래 음반을 틀고 아는 소절이 나오면 여럿이 즐겁게 떼창을 한다. 그러다보면 차 안 분위기도 고조되고 장거리 목적지도 금세 도착한다. 오늘도 퇴근하면서 차 라디오 볼륨을 높여 시노래를 따라 부르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창밖으로 날려버려야겠다.





*이외현 2012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안심하고 절망하기』. 전국계간지작품상 수상. 계간 《아라문학》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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