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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신작시/장종권/화룡점정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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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신작시/장종권/화룡점정 외 1편
장종권
화룡점정
마지막에 눈을 잘 만들어 넣으면 그림 속의 용도 살아난다 했다. 용만 살아나냐? 뱀도 살아나고 지렁이도 살아난다. 눈만 잘 만들어 넣으면 삼라만상이 다 살아나 세상 제대로 돌아간다. 눈 하나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평생을 장님으로 살아가다니, 버젓이 눈을 뜨고도 아무 것도 보지 못하다니, 해는 떠서 무엇 하냐. 밤은 밤이라고 위세다.
우물 안 개구리
우물 안 개구리가 처음부터 우물 안에 있었던 건 아니야. 어느 날 우물 속에 빠진 거지. 바깥세상을 모르지 않아. 꿈 속에도 안 본 건 안 보여. 상상 속에도 안 본 건 보이지 않아. 그렇다 해도 우물 안 개구리는 우물 속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해. 결국 우물 안에서 죽게 되지. 아무리 뛰어봐도 어림없지. 하늘은 동전만 한 크기에서 변하질 않아. 하지만 우물 안 개구리는 우물 안에서 살아도 괜찮아. 인생이 별 거냐. 스스로 편안하면 그게 집이고, 스스로 가두면 그게 우물이거든. 맑은 우물물 마시며 행복하기도 하지. 누가 무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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