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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신작시/송시월/갈고리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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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30회 작성일 20-01-2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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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신작시/송시월/갈고리 외 1편


송시월


갈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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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관악 봉우리에 시뻘겋게 달궈진 둥근 쇳덩이 하나
능선이 불티를 튀기며
뚫고 쪼고 간다


갈고리 갈고리들 떨어진다.


나이나 키순이 아닌 무작위로 발목이나 가슴 머리통을 걸어 길들을 끌고 가는 갈고리들, 나를 놓아줘 나의 키를 줘! 나이키를 줘! 외치는 소리들이 남산로를 달린다
 
#
날아가는 니케를 향해 맨발의 여자가 리모컨의 정지 버튼을 누른다 C자 모양의 날개가 떨어져 여자의 발목을 꿰차고 날다가 착지한 낮선 도시. “여기가 내 뿌리야, 19세기 후반 쿠베르탱 남작이 모던 올림픽을 부활시켜 최초로 열린 곳이지, 그 올림픽의 구호를 키키우스Citius(더 빨리) 알키우스Altius(더 높이) 포르티우스Fortius(더 세게)의 첫 자를 따서 르카프Lecaf라 했단다” 라며 구관조처럼 말한다


여자의 배꼽에서 새 세 마리가 날아 나온다  빨리 더 빨리 단숨에 올림프스산으로 날아간 새 C, 월계수 잎을 물어다가 올림픽경기장 성화대에다 놓자 파란 불이 점화 된다 인공위성처럼 높이높이 더 높이 날아오른 새 A, 지구가 푸른 대리석 공 모양으로 보인다고 나와 화상통화를 한다. 스테로이드를 맞고 지구를 들었다 놓는 새 F, 아이슬랜드에서 화산이 폭발한다.
 
 #
 오체투지의 수행자 맨발들이 차마고도를 끌고 오른다





믹서기



붉은 울음소리 메~메~메~~~


해열제 새소리를 찾아 헤매는 양 한 마리
열에 뜬 바위의 모서리에 찢긴다
일그러져 형체가 보일 듯 말 듯


메두사를 닮은 메리스가 달라붙을 것 같아 볼트보다 빠르게 도망쳐
아테나의 비밀창고로 잠입한 나
신비하다는 흰 가운과 비행화를 훔쳐 중무장을 하고
음압동굴로 들어간다


누구인가, 누구의 소리인가?
흉측하게 일그러진 바위들의 열뜬 기침 소리
보기만 해도 바위가 될까봐 눈을 가리고 마스크를 쓰고 야얀 복면을 했는데
거기서, 거기서, 살 속까지 파고드는 14번 슈퍼 바위의 목소리
소름 돋은 불빛들 내 품으로 달려든다
노 선배님을 안고 동굴을 빠져나온 나
믹서기에다 슈퍼 바위를 갈아 먹는다


존 스노*가 소독해놓은 강줄기 타고 지구를 몇 바퀴나 돌았을까


혼돈에서 깨어난 정오가 맑은 물 한 사발을 마신다


    * 콜레라균을 발견하고 전파방식을 추적하여 예방책을 마련한 영국의 의사.





*송시월 1997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12 시간의 성장』, 『B자 낙인』 푸른시학상, 시문학상 수상. 계간 《시향》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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