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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신작시/김고니/신호등이 꺼진 네거리에 누웠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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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신작시/김고니/신호등이 꺼진 네거리에 누웠다 외 1편
김고니
신호등이 꺼진 네거리에 누웠다
길은 굳어진 뼈마디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빨간 불이 켜지면 멈추는 것은
삶에 미련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걸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을까
파랗게 불이 켜진다고
꼭 어딘가 발을 옮겨야만 하는 건 아니라고
왜 아무도 말하지 않았을까
먹구름이 낀 하늘이 덜 어둡다는 걸 왜 몰랐을까
파란별이 더 뜨거운 건
모두가 아는 비밀
신호등이 꺼진 네거리에 누웠다
길에 누우면 안된다고,
차들이 숨을 헐떡이며 달리는 도로에 누우면
안되는 거라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길은 굳어진 뼈마디처럼
삐그덕 소리를 내며 일어서고
파란별이,
뜨거운 별 하나가
꺼진 신호등 불빛 대신 반짝인다
먼지 뭉치
속눈썹 위에 내려앉은 먼지,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뭉쳐
사랑이 된다
그리움이 쌓이면 웅크린 어깨가 되고
새의 날개가 되지 못한 나는,
바람에 떠밀려 불쑥 고개를 내민 먼지 뭉치
가로등이 만나면 길이 되고
어둠이 모이면 별이 된다
새의 날개가 되지 못한 나는,
바람에 떠밀려 울컥 숨을 뱉어내는
먼지 뭉치
*김고니 《see》 추천시인상 수상. 저서 『냉장고를 먹는 기린』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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