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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신작시/유수화/여행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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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07회 작성일 19-07-1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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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신작시/유수화/여행 외 1편


여행 외 1편

―아버지별


유수화



오사카의 밤에 비가 내리고,
밤의 불빛이 빗속을 달리고,
사거리 방향의 신호등으로 각자의 별로 향하는
별의 중심을 렌즈에 담아보려 셔터를 누릅니다


그리움이란 불빛이 회전을 돌며 눈을 감게 하는,
유리에 반사된 아버지의 불빛,
회전으로 방향을 틀어 봅니다


아버지, 오사카의 밤은 별천지더군요
수만개의 빛들이 살아가고 있더군요


췌장암 시한부의 진단이 내려진 날 발급한 아버지의 여권,
아버지 고향 오사카 어느 방향의 별에서 오셨는지요
다시 로터리를 돌아 직진을 하며 길을 짚어봅니다


초여름, 삼박 사일의 오사카에는 내내 비가 내리고
저는 여행지도에도 없는 아버지별이 살던 습습한 뒷골목
담배연기로 뿌연 다방의 커피 한 잔으로 얼핏 아버지를 보았어요


머리가 살짝 벗겨진 마른 체구의 사내가 빠르게 걸어가고 있었어요
오래 전 이별이건만 기억으로 남은 마음이
요동치는 불빛이 되어 셔터를 누릅니다 

전송합니다, 그대에게
이쯤에선 그대 별에 무덤덤한 안부를 묻기도 해야겠지만,


아버지의 여권을 호주머니 깊이 넣고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아버지별, 일상의 중심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부부



백설기 주모에 탕수 아홉 사발로 휘휘 저어 누룩가루 한 되 진말 한 되를 섞어
소독한 술독에 담아 안쳐 예의 방법대로 발효시킨 밑술로 이제 술덧을 빚는다
맑게 괸 밑술에 찹쌀로 매우 된죽을 쑤어 누룩가루 한 줌을 넣고 고루 치대어 술을 안치고, 술독을 사흘간 발효 시킨 후 서늘한 곳으로 옮겨 나흘을 더 숙성 시켜서 용수를 박아 두었다가 맑은 술이 고이면 채주한다


첨작할수록 백설기도 진말도 아닌 소나무향과 계피향의 풍미가 깊어가는 이치


살아가는 화두로 잡으라는 송계춘의 레시피를 보낸다


청실과 홍실로 묶은 혼례주로 보낸다.





*유수화 2001년 《문학과 창작》으로 등단. 시집 『쏨뱅이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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