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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신작시/양태평/가속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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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신작시/양태평/가속도 외 1편
가속도 외 1편
양태평
0. 20. 30. 40. 50. 60. 70. 80. 90. ……
여울물 헤살져 아롱지는 오늘 오늘이여
매양 파닥이던 일상에 꽃 비늘도
어두움에 기대어 저물고
흐르는 바람 따라 강물 따라 가는 굴렁쇠여
은은한 달 빛 따라 꿈 꾸기는
별 빛도 마알간 가슴에 와 박히려나
되돌릴 수 없는 날들의 무게여
0. 90. 80. 70. 60. 50. 40. 30. 20. ……
생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나아가느냐
마하반야에서 바라밀다로 가느냐
채울 수 없는 그릇마져 삼키고
밑도 끝도 없이 가는 나날이여
나이테 새기며 돌아가는 바람개비여.
모텔 허리우드
온갖 새들이 놀다가는 나무에는 방이 있다
휴식 소유권이 넘어간 나뭇가지마다
리모델링 하는 빌딩숲 텅 빈 괴레메 같이
비우고 잘라낸 방은 연밥송이 같이
큰 둥치와 줄기만 남긴 채 리모델링 한다
사계절 조망과 퇴로가 용이한 뒷골목
무성한 빌딩숲 네온불 그늘 아래 서식하는 온갖 짐승들과
새들의 천국에는 안락한 방이 있다
박새네 까치네 딱따구리네 직박구리네 콩새네 뜨내기들……
그 휴식 소유권이 넘어가자마자 방을 비우고
대여섯 달 간 대수술 후에 손님을 받는다
오랜 단골들이 쉬여가는 모텔 허리우드
온갖 새들이 놀다가는 괴레메*는 말집 비둘기집 초롱집……
어느 누구에게나 선착순 보금자리다
단 한 푼의 숙박료와 이용료 없이 쉬어가는
빌딩숲 나뭇가지마다 각기 색다른 예쁜 방 허리우드
잠시 휴식 소유권이 제한 된 무인텔은
온갖 새와 짐승들이 놀다가는 방의 천국이다.
* 괴레메: 터키의 카파도키아에 있는 암벽에 수 많은 동굴이 있다.
*양태평 2015년 《문학과창작》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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