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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신작시/원양희/이번 봄날에는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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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신작시/원양희/이번 봄날에는 외 1편
이번 봄날에는 외 1편
원양희
굴러다니는
쓰레기처럼 살겠다
멍하니
하루, 이틀, 사흘 보내겠다
하잘 것 없고 쓸모없어 보이는 일에
오래 집중하겠다
무엇이든
하염없이 바라보겠다
길게 침묵하겠다
어떤 막간이나
깊은 바닥이 느껴질 때까지
다시 망연함으로 돌아올 때까지
염세적으로 쾌활하게
비틀거리는 콧소리와 함께
빈 숲이나 들길을 헤매이겠다
봄볕에 심장이 무르익도록
오직 방황만을
그 간극이나 경계를 서성이겠다
연애
빗방울이 몇 초 사이
흙탕물이 된다
먼 길 달려와
순식간에 자신을 놓아버리는
거침없는 낙법落法
하수구 안으로 잽싸게 빨려 들어가는
빗물의 등줄기들
캄캄한 바닥까지
뒤엉켜 흐른다
공룡 발자국 보러 갔다가
우연히 만났던 빗방울 화석
빗방울들의 공동묘지
빗방울 닿자마자
제 온몸 굳혀버렸을 진흙
흙탕이 된 빗방울이나
빗방울 품은 진흙 같은,
*원양희 2016년 《시와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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