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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신작시/尹錫山/썬 게이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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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신작시/尹錫山/썬 게이트 외 1편
썬 게이트 외 1편
尹錫山
마추픽추 정상에 오르면
태양으로 갈 수 있는 문이 있다고
그들은 믿었다.
태양의 문을 향하여 오늘도 오르는 사람들
잉카의 사람들이 제물을 지고 오르듯
사람들 저마다 륙색을 짊어지고 오른다.
그러나 그 누구에게도 마음 열어놓지 않는
태양의 문.
그곳엔 실은 아무 것도 없었다.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사바裟婆의 세상만이
아득히 펼쳐져 있었다.
누천년을 이어온 행렬마냥
사람들 저마다 형형색색의 륙색 짊어지고
“온다. 온다. 공덕 닦으러 오는”
옛 노래 속 서러운 중생이 되어
선 게이트, 어디에도 없는 문을 향하여
오늘도 사람들, 오르고 또 오르고 있을 뿐이다.
그믐달
차마 이울지 못한 채, 새벽하늘 한구석
실낱같은 달 걸쳐져 있다.
안타까워라, 이내 곧 어둠 물러가면
퍼져오는 햇살 속
흔적도 없이 잦아져 버릴
아, 아 내 애잔한 사랑이여.
*尹錫山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197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절개지』 등 다수. 현재 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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