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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신작시/이시백/떠난 새의 회상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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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63회 작성일 19-07-1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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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신작시/이시백/떠난 새의 회상 외 1편


떠난 새의 회상 외 1편


이시백



기다리는 날은 길지 않았다.
도도새가 남긴 발자취
숨결이 쓰러져 싹틔우지 못한 꿈
더디게 더디게 걷던 그림자


나무 그늘에 거듭 새겨지고
붉은 열매 가지마다 맺혀
새의 날갯짓으로 퍼덕거린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난 알아차린다.
나무가 날지 못하면서
날아가는 날
도도새 날지 못하면서
날아가는 날


포기하지 않은 세월이 보인다.
바람결에 퍼덕거리는
도도새를 닮은 나무들
나는 도도새의 그림자를 따른다.





삼세 번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아요. 할매가 남기신 말,
구순을 바라보며 말씀하시길 꿈에 간혹
검은 망토의 사람이 찾아온다는 것.
냉장고 뒤에 몸을 숨기고, 그윽한 눈빛으로
자신에게 뭐라 뭐라 이야기한다는 것.
할매는 너무도 분명한 어조로 저에게 말하지요.
저승사자에게 이렇게 들었답니다.


얘야, 어서 가자.
내가 너에게 세 번 기별하지 않았더냐.
눈을 침침하게 했고
이빨을 빠지게 했으며
검은 머리를 흰머리로 만들지 않았더냐.
그녀에게 분명 기별을 했다는 겁니다.


그 후 할매는 유명을 달리하셨고
난 벌써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아버지, 작은숙모와 이별
씀바귀의 잎처럼 씁쓸하게 맛을 보았습니다.
세월의 약속은 서서히 저에게 다가 옵니다.


저승자사와의 약속은 지켜야 하겠지요.





*이시백 1997년 <문학과창작>으로 등단. 시집 『숲해설가의 아침』 『아름다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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