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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신작시/강재현/斷, 끊을 단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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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98회 작성일 19-07-1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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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신작시/강재현/斷, 끊을 단 외 1편


斷, 끊을 단 외 1편


강재현



복닥거리는 마음속을
비워내기 어려운 날에는
먼저
내장 속을 비워내 봅니다


斷食 단식
斷念 단념
斷切 단절


밥을 끊고
생각을 끊고
관계를 끊어내는 사이


마음속을 부표하는
허섭스레기들을
비우고 또 비우고
심지 굳은 것들로만
제자리를 잡아봅니다





도의 길, 道



어떤 도인 한 분이
“저 산 끝에 도가 있습니다”
하길래,
도를 찾아 산길을 걷고 걷고 또 걸어
산 정상에 다다랐습니다.


산 정상에 올라 아래를 굽어보니
산 끝에는 산이 없고
도 대신
내가 서 있었습니다.


산을 오르며,
내려가는 길을 잃을까봐
돌 하나씩 던져두고 왔는데
산길을 내려오다 보니,
나 대신
돌들이 도를 닦고 있었습니다.


道 1
머물 때 머물 줄 알고
떠날 때 떠날 줄 아는 지혜


道 2
어떤 한계에 부딪혀도
그 한계에서
또 다른 길을 찾아낼 수 있는 힘


道 3
내 것이 아닌 것에
욕심내지 않고
내 것이라 해도
집착하지 않을 수 있는 내공


道 4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고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없는 길을 만들어서라도
반드시 갈 수 있는
용기와 끈기


道 5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을
너무 많이 하고 사는
속 시끄러운 세상살이
조금 더 여여하게
벗어던지며 사는 법을
익히는 습習


도를 닦고 있던 다섯 개의 돌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답게 사는 지혜
그것이 도인 줄 알면서도
나는 늘 끊임없이 바깥에서
도를 찾아 헤매고 있었습니다.





*강재현 1999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그리움이 깊은 날에는』 외. 노천명 문학상 수상. 경희대 등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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