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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신작시/오정순/마중물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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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신작시/오정순/마중물 외 1편
마중물 외 1편
오정순
Y자 만나는 길에 오래된 펌프 녹슬어가고 있다.
물 한 바가지 마시고 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며
매일 아침 약수통 가득 물도 가정사도 섞어 담았다.
잃어버린 길이 녹슬기 시작했다.
작은 자존심 서로 위에 얹겠다고 고집하던 날부터
산에 오르던 사람들 손잡이 몇 번 흔들어 본다.
응답 없는 헛구역질에 내가 대신 멀미를 한다.
마시려던 생수, 한 방울도 남김없이 쏟아 붓는다.
심호흡 크게 하고 펌프질하는 팔에 기압을 넣는다.
가속이 붙으며 울컥 쏟아지는 녹물 한 바가지
동공을 씻어내는 시원한 물줄기
내려오던 오른쪽 길 바꿔 왼쪽 길에 선다.
멀리 보이는 그녀의 집
그곳으로 펌프질한다.
펌프 사진에 하트 한 바구니 담아서…
카톡!
찢어진 하트가 기워져서 급행 타고 날아온다.
어제보다 하늘이 더 푸르고, 단풍이 곱다.
그건 동공 씻던 물줄기 네 책임이야
장마·1
산달을 채운 듯 무거워진 구름
허공에 눕는다.
차단된 햇빛 구실 삼아
분주한 일상이 잠시 숨을 고른다.
양수가 터지자
쩌렁쩌렁 하늘에 구멍 내는
산고産苦의 비명.
다독이며 탄생하는 무수한 비꽃
마음에 쏙 드는 꽃을 만들기 위해
하늘은 또 으르렁거린다.
*오정순 2009년 《한울문학》 신인상. 시집 『수신인은 나였네』, 『그곳에 가면』, 『엮어가는 나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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