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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신작시/전홍준/구멍망둥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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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300회 작성일 20-01-2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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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신작시/전홍준/구멍망둥이 외 1편


전홍준


구멍망둥이



내 친구 별명은 구멍망둥이
소싯적 천수만을 유유히 건너 대천에서 기차를 타고
영등포역에 도착했다고 한다
양복점 시다를 거쳐 쉼 없는 밤을 지나
택시운전사까지 끗발이 서는데
자신이 전설의 영등포 백구두였다는 대목에서
노을처럼 얼굴이 붉어지던 친구
고향 갯벌로 다시 돌아와 딸 둘 다 키우고
이제는 몸에 묻은 뻘 고스란히 감싸고 들어앉아
뻘밭이 내 집이다 생각하는 구멍망둥이
허구한 날 제 구멍만 들랑거리자
이눔아 그만 좀 나와 얼굴 좀 보게 하여도
누구네 초상집이나 누구네 대삿집에 얼굴 한 번 디밀까
이미 짭조름한 노을 닮았다





허리 통증을 짚으며



엠알아이로 찍은 사진을 앞에 두고
의사는 고장 난 곳을 막대로 가리키며
수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수술은 간단하단다
재발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은 없다
수술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설명도 없다


허리 하반신 부분 마취
수술실로 환자용 간이침대에 몸을 뉘었을 때
긴장되었다 간호사가
찬 알콜로 다리 감각을 확인했다
의사는 내 등을 열고
신경을 누르고 있는 추간판 디스크를 긁어냈다
병실로 돌아와서 마취가 풀릴 쯤
목이 말랐다
간호사는 물을 주지 않았다
거즈로 입안을 적셔줄 뿐


서서히 통증이 찾아왔다
간호사가 감각을 찾아보라는 듯
발목을 앞뒤로 끄떡끄떡거려 보라고 했다
통증이 지독하게 살아났다
깨어있음은 늘 아픈 것이라고
비무장지대의 허리 쪽으로 손을 짚어본다
재활이 길겠군
보이는 것이 온통 무거운 것 뿐이니





*전홍준 2005년 《문예연구》로 등단. 시집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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