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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천 시인(2019년 겨울호 제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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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795회 작성일 20-08-0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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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천7.jpg


1955년 전남 여수에서 출생.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사랑을 찾기까지』, 『말없이 보낸 겨울 하루』, 『5679는 나를 불안케 한다』, 『낮술 한 잔을 권하다』 등. 한국시협상, 한국시문학상을 수상.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는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


박상천1.JPG


30년, 750,000Km



매일 100Km 쯤을 달리며,
그렇게 30년을 살아왔다.
어림잡아 750,000Km.
그 먼 거리를 달려 이곳에 왔다.
이젠 매일 달리지 않아도 될
그런 시간이 다가왔다.
멈출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시간이 아니라,
내가 달리는 일을 멈출 수 있게 된 것.


일단 멈출 수 있게 되니
750,000Km 밖, 저 멀리 서있는
서른다섯의 내가
그림자처럼 어렴풋이 보인다.
그는 아직도 멀어져가고 있는 나를
아련히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30년은 그렇게 750,000Km 밖으로 흐릿해졌다.


박상천3.jpg


시들어감에 대하여




가을,
햇살도 맑고 밝습니다.
가을 햇살에 감격하는 건
사람들만이 아닙니다.


그 감격의 햇살을 받으며
잎새들은 시들어 갑니다.
시들어 가며 바뀌는 고운 색.

시들어 간다는 건,
가장 고운 빛깔로 바뀌어 가는 일.


시들어 간다는 건,
푸르름 속에 숨기고 있던
또 다른 고운 색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박상천5.JPG


박상천, 조용한 절망으로 쓰는 환한 서정

시인은 아직도 아내가 살았던 집에서 살고 있다. 그는 네 번째 시집 『낮술 한 잔을 권하다』가 나오기 하루 전에 아내를 떠나보내고, 그러나 여전히 그는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죽음과 삶을 한 통속으로 보아온 그는 ‘죽어가다’,를 ‘살아가다’로 고쳐서 쓰며 아내와 하루를 환하게 시작한다. 그 조용한 절망으로 쓰는 시인의 환한 서정 안에서 나는 이상하게 위안을 얻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여기는 시인의 시선 안에서는 죽어가고 있는 것. 그것을 다시 고쳐서 읽으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은 결국 살아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오래전 나는 그의 집 부근에서 살았다. 그를 ‘교회 오빠’라고 불렀던 그림 그리는 친구와 함께 산책을 하며 그의 집 부근을 서성이곤 했었다. 친구와 함께 시인의 시를 소리 내어 읽으며 우리는 함께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시간이 오래 지나 나는 그 동네를 떠나고 친구도 떠났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거기서 시를 쓴다. 나는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시인의 뒷모습을 볼 때가 있다. 이름을 불러 확인하고 싶었지만, 한 번도 그를 불러 세워 나를 확인한 적은 없다. 천천히 뒤를 돌아다보는 눈에서 어쩌면 내 눈에만 보이는 그의 눈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그 두려움은 참 오래도록 시인의 시를 뒤적이게 했다. 봐라, 그는 나이 들어가는 것, 시들어감에 대하여서도 참으로 당당하다. 그것은 “푸르름 속에 숨기고 있던/ 또 다른 고운 색을 드러내는 일”이라 담담하지만 아름답게 가을빛에 물든다. 그러니 시인이여, 가끔은 소리 내어 울어도 괜찮을 터. 서쪽으로 한 뼘 걸어가는 그 길은 다시 동쪽을 향해 가고 있다는 뜻. 박상천 시인의 건강과 건필과 건안을 위해 합장한다. /손현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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