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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하늘자전거(작고, 2009년 겨울호 제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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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6,182회 작성일 09-12-20 20:2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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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 시인
2009년 10월16일 새벽 1시 간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1948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74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대립> <염소와 풀밭> <자전거 도둑> <바보사막>을 상재했다. 서라벌문학상, 한국시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들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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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시 1
자전거 도둑


봄밤이 무르익다

누군가의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자전거를 슬쩍 타보고 싶은 거다

복사꽃과 달빛을 누비며 달리고 싶은 거다

자전거에 냉큼 올라가서는 핸들을 모으고

엉덩이를 높이 쳐들고

은빛 폐달을 신나가 밟아보는 거다

꽃나무를 사이사이 빠지며

달 모퉁이에서 핸들을 냅다 꺾기도 하면서

그리고 불현듯 급정거도 해보는 거다

공회전하다

자전거에 올라탄 채 공회전하다

뒷바퀴에 복사꽃 하르르 날리며

달빛 자르르 깔려 들며

자르르 하르르,






해바라기


해바라기가 길가다 서있는 것 보면 나도 우뚝 서보는 것이다

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이고 쓰다 벗고 하는 건방진 모자일망정

머리 위로 정중히 들어 올려서는

딱히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간단한 목례를 해보이고는

내 딴에는 우아하기 그지없는

원반 던지는 포즈를 취해 보는 것이다

그럴까

해를 먹어버릴까

해를 먹고 불새를 활활 토해낼까

그래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거겠지

오늘도 해 돌아서 왔다

-지상에서의 마지막 발표 시/ 현대문학 10월호






추모시
하늘자전거
-고, 신현정 시인을 추모함
문 인 수


그는 참, 이제 푸르다.

이천구년시월십육일, 그는 죽고 그가 타는 저 허공이 푸르다.

가을 타는군. 그가 또 ‘훔쳐 탄 자전거*’, 기러기 소리가 푸르다.

그의 시장 길도 약국 모퉁이도 술집골목도 ‘바보사막**’도 푸르다.

그의 시, 편편이 넓혀놓은 행간이 지금 한껏 푸르다.

-그랬군. 저 하늘에 숨은 그림, 하늘에 삭으며 삭으며 푸르다. 

그는 이제 몸 밖이다.

  *신현정의 시, 시집인 ‘자전거 도둑’을 가리킴.
**신현정의 시, 시집.

  문인수/  1945년 경북 성주 출생, 1985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뿔> <홰치는 산> <동강의 높은 새> <쉬!> <배꼽> 외




시인의 시 낭독 전송을 받고 간 시인!

  병실에 누워있는 그는 차라리 초연했다. 복수가 남산만큼 차올랐다. 빼면 또 금방 차오르고 또 돌아서면 차오르고, 그러기를 수차례. 그래도 그는 지금 이 시간이 기적이라 했다. 사실 이승에서의 불은 이미 꺼져버린 것이 아닌가, 초조했다. 시간은 없고 공간만 존재하는 살아있는 무덤 같은 것. 그러나 그는 죽음조차도 찬찬히 들여다보는 사람 같았다. 무서웠다. 죽음을 받아 한 편의 시를 완성하는 것 같아서 다리가 후들 거렸다. 시가 뭘까……. 그 죽음의 병상에서도 어느 가까운 시인의 시 낭독을 듣고 갔다는 그 남자, 시인 신현정! 시가 있어서 그의 한 생은 행복했을까, 그렇게 잠을 청하듯 그가 떠났다. 2009년 10월 16일 새벽의 일이었다. -손현숙 시인

신현정 시인론, / 삼원아, 놀자! 중에서 2008년 시현실 봄호
   

  진정한 예술가는 절대적으로 자신을 믿는 사람이라는데, 왜냐하면 단연코 그가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라는데, 이 남자 적막강산에 들어서도 울음을 삼키면서 즐겁게 즐겁게 노래하는 이 남자, 엎어놓고 패주고 싶다. 비 오는 날 먼지가 풀풀 나게 말이다.   울고 싶으면 실컷 울 일이지 즐겁다니. 정말 즐거울까? 그가 즐겁다고 말하면 할수록 나는 왜 더 답답하고, 슬프고, 생각이 생각의 극점까지 밀고 가서 유신과 무신의 관계까지 의심하게 되는 것일까. 불가능을 원치 않는 사람. 나 같은 유신론자들은 언제나 불가능을 소원하는데, 그러고 보면 그의 시 속의 화자는 단 한 번도 미래를 소원하지 않았다.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아는 지성인답게 그는 불가능은 절대 원하지 않는 무신론자이다. 그저 매일매일 의식과 반항을 통해서 운명에 도전하는 이 땅의 자유주의자. - 손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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