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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번 시인(2010년 가을호, 제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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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9,456회 작성일 10-08-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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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번 시인
1943년 천등산과 박달재 사이에 소재한 충북 제천군 백운면에서 출생.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동화),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시), 1969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소설)를 통해 등단.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문학박사. 1971년부터 육군사관학교 교수부, 수도여자사범대학을 거쳐 1978년부터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1983년 미국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객원교수를 역임. 1998년 시 전문 계간‘시안’을 창간. 제12회 한국문학작가상(1987), 동서문학상(1994), 정지용문학상(1997), 한국시인협회상(2003) 수상. 저서 시 집:《아침의 예언》《너무 많은 가운데 하나》《생각나지 않는 꿈》 《겨울강》《1미터의 사랑》《벙어리장갑》 《손님》등. 창작집:《처형의 땅》《내가만난 여신》《새와 십자가》《정말과 기교》《저녁연기》《순은의 아침》《겨울의 꿈은 날 줄 모른다》등. 평론집:《현대문학산고》《서사문학의 이해》《현대시의 이해》등. 산문집:《詩人과 개똥참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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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비 내릴 생각 영 않는 게으른 하느님이
소나무 위에서 낮잠을 주무시는 동안

쥐눈이콩 만한 어린 수박이
세로줄 선명하게 앙글앙글 보채고
뙤약볕 감자도 옥수수도
얄랑얄랑 잎사귀를 흔든다

내 마음의 금반지 하나
금빛 솔잎에 이냥 걸어두고
고추씨 만한 그대의 사랑 너무 매워서
낮곁 내내 손톱여물이나 써는 동안

하느님이 하늘로 올라가면서
재채기라도 하셨나
실비 뿌리다가 이내 그친다





아내는 안해다


토박이말 사전에서 어원을 찾아보면
‘아내’는 집안에 있는 해라서
‘안해’란다
과연 그럴까?
화장실에서 큰 거 하고 나서
화장지 다 떨어졌을 때
화장지 달라면서
소리쳐 부를 수 있는 사람,
틀니 빼놓은 물컵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생일 선물 사줘도
눈꼽만큼도 좋아하지 않는
그냥 그런 사람.
있어도 되고
없으면 더 좋을 그런 사람인데
집안에 있는 해라고?
천만의 말씀!
어쩌다 젊은 시절 떠올라
이불 속에서 슬쩍 건드리면
―안 해!
하품 섞어 내뱉는 내 아내!




저, 눈빛 속의 악동

  그는 천재다. 아주 영민한 악동의 눈빛을 지니고 있다. 그 눈빛 하나로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불러들인다. 박달재 넘어가는 하늘의 구름도 그의 것이다. 저 심산유곡 ‘애련리’의 앞 개울도 이미 그의 마음 안 하늘에서는 등기를 마쳤다. 얼마 전에는 남미의 어디더라, 화산을 사들인다는 소문도 무성했다. 물론 그가 치르는 대가는 오직 눈빛!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는 따뜻하고 깊지만, 날카롭고 또한 단도직입이어서 누구도 그를 거역할 수 없다. 그것은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보라, ‘원서헌’ 편지함 속에 버젓이 알을 까고 떠나가는 어미 새. 새들도 그의 품속으로 날아들어 천지를 이루고 산다. 그의 곁에서 쫑알거리며 한 계절을 논다. 귀신도 슬그머니 그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칭얼거리는 것 본 적 있다. 세상에 가장 악마적인 것들도 그를 거치면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한다. 그러나 가끔 그가 넘어가는 저 경계 너머의 땅. 그곳에 그의 눈빛! 너무 오래 머물러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될 때도 있다. “망친 사진이 더 아름답다”라고 서슴없이 화두를 던지는 그는 언제나 대상을 향해 하이킥을 날린다. 그런데 이상하다, 왜 내 귀에 그의 눈물이 들리는 걸까. 지금은 그 눈물 하늘을 한 바퀴 돌아 ‘원서헌’ 뜰 안의 조상, 그 어머니 품속을 파고들겠다./손현숙(시인, 사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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