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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 시인(2011년 여름호 제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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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 시인
1926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194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였다. 1958년부터 1992년까지 고려대학교 영문과 교수 및 문과대학장을 역임하였고, 1988년에는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다. 현재 고려대학교 영문과 명예교수이자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며, <목월문학상><인촌문학상><대한민국예술원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저서로는 시집 <성탄제> <하회에서>, <황사현상>, <달맞이꽃>, <해가 많이 짧아졌다>와 시론집 <시론>, <진실과 언어>, <시에 대하여>, <시와 시인들>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역시집 <20세기영시선二十世紀英詩選>, 시선집 <천지현황天地玄黃>, 영역 한국 한시선 <Slow Chrysanthemums>, 영역 김춘수 시선 <The Snow Falling on Chagall’s Village>, 영시론집 <The Darling Buds of May>와 <현대의 영시>, 시론선집 <시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영역 한국 한시선(미국판) <Among the Flowering Reeds>, 독역 시선집 <Nachtkerze> 등이 있다.
대표시
그것들
친손남매와
외손남매가 다
미국과 캐나다와 영국에 가 있으니
그것들은 다
멀리 하늘가에
살고 있는 샘이다.
우리 두 늙은이는 아침저녁으로
먼 하늘가를 바라보며
그것들을 그리워한다.
또 한 해가 저물어가니
더욱 그것들이
그리워진다.
고고孤高
北漢山이
다시 그 높이를 회복하려면
다음 겨울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밤 사이 눈이 내린,
그것은 白雲臺나 仁壽峰 같은
높은 봉우리만이 옅은 化粧을 하듯
가볍게 눈을 쓰고
왼 산은 차가운 水墨으로 젖어 있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新綠이나 丹楓,
골짜기를 피어오르는 안개로는,
눈이래도 왼 산을 뒤덮는 積雪로는 드러나지 않는,
심지어는 薔薇빛 햇살이 와 닿기만 해도 變質하는,
그 孤苦한 높이를 회복하려면
白雲臺와 仁壽峰만이 가볍게 눈을 쓰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완성, 꽃이다
오늘은 해가 참 짧다. 그와 마주앉아 있는 동안 구름바위 창문을 두드렸던가. 백세주가 한 병, 두 병, 세 병…, 한시를 줄줄 외는 그의 맞은편에서 나는 석양의 매 한 마리를 본다. 그의 눈은 매섭고 문자는 서릿발이다. 어려서 조부 밑에서 자란 그의 생은 고독했겠다. 학문이 높아서 마음은 더 쓸쓸했을까. 왜,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그의 아름다운 문장들을 입술로 따라간다. 술 못 먹는 내가 벌써 석 잔의 술을 받아 목을 축였다. 꽃이 피고 새가 우는 여기, 백년이 하루다. 날개 밑 팽팽한 공기를 품고 하늘 높은 곳까지 날았던 기억. 그러나 아침에 눈을 뜨자 간절해진 그것들, 외손과 친손은 너무 멀다. 그것들이 보고 싶어 그것들이라, 쓰는 시 한편. 이번 생의 완성, 꽃이다./촬영 글 손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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