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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숙(2011년 겨울호 제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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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6,630회 작성일 11-12-1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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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숙 시인
1925년 평북 정주 출생. 서울대 사범대 교육학과 재학중 한국전쟁을 겪고 학업을 중단. 1947년 문예신보에 시 가을, 1948년 신천지에 낙엽의 노래, 같은 해 예술평론에 까마귀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 시집 장식론, 하지제, 사는 법 등 열다섯 권과 수필집 아홉 권이 있으며, 시극과 희곡, 장시를 묶은 홍윤숙 작품집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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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시

쓸쓸함을 위하여

어떤 시인은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다 하고
어떤 화가는 평면을 보면 모두 일으켜 세워
그 속을 걸어다니고 싶다고 한다
나는 쓸데없이 널려 있는 낡은 널빤지를 보면
모두 일으켜 세워 이리저리 얽어서 집을 짓고 싶어진다
서까래를 얹고 지붕도 씌우고 문도 짜 달고
그렇게 집을 지어 무엇에 쓸 것인진 나도 모른다
다만 이 세상이 온통 비어서 너무 쓸쓸하여
어느 한구석에라도 집 한 채 지어놓고
외로운 사람들 마음 텅 빈 사람들
그 집에 와서 다리 펴고 쉬어가면 좋겠다
때문에 날마다
의미 없이 버려진 언어들을 주워 일으켜
이리저리 아귀를 맞추어 집 짓는 일에 골몰한다
나 같은 사람 마음 텅 비어 쓸쓸한 사람을 위하여
이 세상에 작은 집 한 채 지어놓고 가고 싶어




여기서부터는


여기서부터는 아무도 동행할 수 없다
보던 책 덮어놓고 안경도 전화도
신용카드도 종이 한 장 들고 갈 수 없는
수십 억 광년의 멀고먼 여정
무거운 몸으로는 갈 수 없어
마음 하나 가볍게 몸은 두고 떠나야 한다
천체의 별, 별 중의 가장 작은 별을 향해
나르며 돌아보며 아득히 두고 온
옛집의 감나무 가지 끝에
무시로 맴도는 바람이 되고
눈마다 움트는 이른 봄 새순이 되어
그리운 것들의 가슴 적시고
그 창에 비치는 별이 되기를 
 



눈빛으로 시가 온다

그날은 햇빛 서늘한 가을이었다. 그는 검은 망토에 비슷한 톤의 모자를 즐기는 듯 했다. 약속장소에 조금 늦었던가, 잔잔한 미소는 기다렸던 사람의 피로를 싹 가시게 하는 힘을 갖고 있었다. 따뜻한 국물이 드시고 싶다 했다. 함께 오찬을 나누는 내내 한 말씀도 없으셨다. 어디가 아프신 걸까, 안색을 살폈던 기억이 난다. 단단하고 꼿꼿한 자세가 그의 시를 닮았구나, 혼자 생각하기도 했다. 정말 오래전의 일이다. 그리고 그를 찾아 나선 적 한 번도 없다. 그러나 뭘까, 늘 궁금하고 또 궁금했던 그의 안부. 아니다. 나는 그가 궁금했던 것은 아니다. 그와 함께 살면서 그의 시가 되었던 그간의 생에 대해 귀 기울여 듣고 싶었던 것이리라. 감성도 질척임도 모두 빼버리고 다만 사물에 대해, 살아 견뎌야 했던 실존적인 근원에 대해, 자세히 묻고 또 듣고 싶었던 것이다. 여류가 난무 할 때도 오로지 작가로, 우뚝 벌판에 홀로 서서 단 한 순간도 흔들리지 않았던 눈빛!. 그가 아프다. 그러나 아픈 이 순간에도 그는 변함이 없으리라는 것을 나는 안다. 가을은 가고 또 가을이 왔다. 자작나무 우둠지는 하늘을 향해 날카롭고, 나는 웬일인지 무작정 그가 그립다./손현숙(시인, 촬영)- 2011.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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