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Art-Artist
문정희/2013년 봄호/아트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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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1947년 전남 보성 출생.
동국대 국문학과 졸업. 동대학원 졸업
진명여고 재학시 시집 <꽃숨> 발간.
1969년 <월간문학>지를 통해 문단에 나옴.
2005년 동국대 문예창작과 석좌교수.
2007년 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수상
현대문학상 수상. 소월시 문학상. 나지나만 문학상 수상. 정지용문학상.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올해의 최우수 예술가상. 동국 문학상. 천상병 문학상.
시집
<꽃숨> <새떼>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
<우리는 왜 흐르는가> <하늘보다 먼 곳에 매인 그대>
<남자를 위하여> <오라, 거짓사랑아><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내가 좋아하는 이름 지금 말할까 > <사랑이 열리는 나무 >등 다수가 있음.
머리 감는 여자
풍성한 다산의 여자들이
초록의 밀림 속에서 죄 없이 천년의 대지가 되는
뽀뽈라로 가서
야자잎에 돌을 얹어 둥지 하나 틀고
나도 밤마다 쑥쑥 아이를 배고
해마다 쑥쑥 아이를 낳아야지
검은 하수구를 타고
콘돔과 감별당한 태아들과
들어내 버린 자궁들이 떼지어 떠내려 가는
뒤숭숭한 도시
저마다 불길한 무기를 숨기고 흔들리는
이 거대한 노예선을 떠나
가을이 오기 전
뽀뽈라로 갈까
맨 먼저 말구유에 빗물을 받아
오래오래 머리를 감고
젖은 머리 그대로
천년 푸르른 자연이 될까
응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 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있는
땅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문정희, 시의 수행자!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그녀를 만날 때마다 내 입술 동굴 속에선 ‘햇살’ 이라는 말이 터져 나온다. 지성을 뛰어넘는 입술의 본성. 그녀의 미소는 생의 비의조차도 뛰어넘는 명쾌한 대답 같다. 만약 햇빛에도 냄새가 있다면 그건 문정희! 영원히 늙지 않는 붉은 입술의 마녀. 그녀에게 있어서 쓴다는 것은 멈추지 못하는 말의 메아리. 낮도 없고 밤도 없는 언어의 웅얼거림. 그 속에서 문자는 열리고, 이미지가 되고, 깊이가 되고, 때로는 침묵. 삶과 죽음을 끝없이 반복 하는 하늘의 달처럼 한 편의 시는 그녀를 살리고 또 죽였겠다. 죽는 그 순간에도 언어는 그녀의 입술에서 시가 되고 달이 되고 달큰, 쌉쌀, 맴싸한, 여자가 되는 것이라는데. 검정색 드레스에 붉은 머플러를 두르고 두 팔을 들어 올려 머리칼 한 올 한 올 햇살을 털어내는 그녀, 팔에 두른 사각의 팔찌는 그래, 아무나 하나? 43년 몸에서 피를 찍어 시만 쓴 시의 수행자. 묻고 싶다, 시인은 시 곁에 진정 머무를 수 있는 걸까? 한 편의 시가 완성 되고, 시는 시인을 쫓아버리는 경험, 어떻게 견뎠을까? 저기 한 장의 사진. 깊은 눈매가 그 대답이겠다./촬영, 글 손현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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