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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세상 너머의 지도를 향한 갈망 ‘고산자’(2010년 봄호 제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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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333회 작성일 10-03-0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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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작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 토끼와 잠수함, 흰 소가 끄는 수레, 향기로운 우물 이아기가 있으며, 장편소설로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불의 나라, 더러운 책상, 나마스테, 촐라체등 다수가 있다. 대한민국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가을에 돌아오마, 하고 떠난 길은 항용 그렇듯이 일 년이 되고 이 년이 되고 삼 년이 되었다. 내륙과 해안을 고루 살피면서 충청도 전라도를 돌아 남해에 이르니 한 해가 저물었고 백두대간의 끄트머리에서부터 경상도 안팎을 골골이 더듬고 태백 너머 오대산에 이르니 이듬해가 저물었고, 설악과 금강산을 지나 한강의 갈라짐과 그 합수를 살피며 금성 철원 평강 신천을 짚고 내친김에 개경까지 올라갔다 무학재로 넘어드니, 또 해 반이 저물었다./고산자 중에서



피나무가 워낙 잘 갈라지는데다가, 아끼느라 판목의 두께를 두 치도 안 되게  썰어놔서, 판각은 극히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글씨와 선분과 표식은 또 얼마나 많은가. 횡으로 한 자 세 치. 종으로 겨우 한 자 남짓한 판목에 여러 고을의 물길과 산맥과 역사와 인본이 일목요연하게 보이도록 다 들어가야 한다. 새기는 순서 하나 지키지 않으면 모든 게 진창꼴 빠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일이다. 머리카락 같은 선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더구나 판목을 아끼기 위해 앞뒤를 다 사용하고 있으니 더욱 더 조심해야 한다./고산자 중에서




이런 점에서 보자면 박범신의 고산자는 역사소설의 모범적인 경우에 속한다. 고산자는 고산자의 유령성에 주목하여 사실 대타자의 역사가 얼마나 집요하게 역사적 실재를 은폐하고 배제한 자리에서 구축된 것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따라서 그 시대의 역사적 실재를 만나기 위해서는 역사서 속의 행간에 얼마나 민감한 반응을 보여야 하는지도 선명하게 제시해준다. 한마디로 고산자는 역사와 소설이 가장 이상적으로 만난 경우에 해당하며, 이로써 우리는 하나의 혁신적인 문학작품이 우리가 알아왔던 역사상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전복시킬 수도 있다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류보선






꿈은 폐허를 품고 산다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는 듯, 복도는 어둡고 캄캄했다. 두 번의 노크에 딸깍, 문이 열린다. 아무것도 꾸미지 않아 제대로 환한 방. 산이 산으로 이어지고 물이 물로 흘러가듯, 모든 것은 그저 그대로 흩어져서 자연스럽다. 아니 조금은 어수선 하다. 언어와 언어의 틈새에서 살았던 평생. 그는 그렇게 그 속에 밑동 굵은 나무처럼 들어 산다. 하늘과 바람이 한 통속이듯 그의 차림은 헐렁하다. 무채색이다. 
 어깨 너머로 커다란 창이 보인다. 창밖의 세상은 그림자와 그늘과 빛들로 찬란하다. 그는 지금 골똘하다. 한 호흡에 딱 한 발짝, 히말라야 ‘촐라체’의 빙벽을 오르는 중일까. ‘고산자’의 그림자를 따라가는 걸까. “모든 정상은 허공을 이길 수 없는 법” 산이 제 속살을 부드럽게 열어 줄 때 까지 시간을 견뎠던 사내. 싱싱한 핏빛으로 살아있는 짐승. 영원히 늙지 않는 설원의 생명처럼 그는 지금 묵묵한 눈빛, 하나로 생의 비밀을 간파하는 중이겠다./손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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