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Art-Artist
김영경/사진작가(2006년 봄호 제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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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어라. 소외된 도시마을의 아직 사람 사는 공간들
김영경 작가
개인전/2005 작은 집이 있다/삶과 나눔이 있는 터 海市, 인천 & 경인미술관.
단체전/2005 광복 60년 기념 한국사진의 과거와 현재/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별관 전시실. 2005 제8회 황해미술제/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2005 서울청년미술제 : 포트폴리오 2005/서울시립미술관. 2004 2004 인천현대미술초대전 : 떨림/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2004 제7회 황해미술제 공터전/예술회관역 통로. 2004 도시에 머문 시선.:.젊은 사진가 릴레이전 대안공간 풀. 2002 황해미술제 : 인천에서 꿈꾸기/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2001 대한민국 환경사진전 : 함께 일구는 땅/백상기념관. 2000 민족사진가협회 사진아카데미전 :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도올아트센터.
몇 년의 대학생활과 군대, 그리고 다시 두어 해가 지난 후, 남들보다 늦게 사진을 시작했을 때, 카메라를 처음 들이댄 곳은 나 사는 동네였다. 그때까지 내가 사는 곳은 내 생활과 무관했고, 집은 그저 잠자리에 지나지 않을 뿐이었다. 그러나 정작 카메라를 통해 내가 바라본 것은 비록 누추하여 보잘것이 없었으나 어릴 적부터 살아온 따뜻한 내 동네였다.
[img5]처음에는 초등학교 친구네 집 가던 길을 거쳐 언덕 꼭대기에 있는 아파트를 돌아 다른 길로 내려왔다. 골목이 훨씬 좁아 보이기는 했지만, 그 사이 많이 달라지지는 않아 보였다. 이제는 친구가 살지 않는 집도 그대로였다.


어릴 적 놀러 다니던 길에서 시작한 나의 배회는, 이전에는 다닐 일이 없었던 골목들로 채워졌고, 언덕 너머 동네, 다시 길 건너 동네로 조금씩 넓어져갔다. 마음먹고 반나절씩 돌아다니기도 했고, 아침 식사 전에 두어 시간 돌고 오기도 했고, 며칠씩 연이어 가기도 했고, 한동안은 가지 않기도 했다. 그 걸음들은 단지 사진을 찍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가슴이 답답할 때나 우울할 때, 그래서 시원한 바람이 필요할 때 그 길들을 걸으면 한결 나아지곤 했다. 그러나 절대로 변할 것 같지 않던 이 동네도 두어 해 전부터 변하고 있다. 사람들이 홀연히 집을 비우고, 빈집 창틀이 뜯기고 출입문이 가로막히고, 종내는 중장비가 투입되어 모조리 부수고 있다. 늘상 다니던 나의 산책로가 이렇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몹시 싫었다. 이제 나의 배회가 얼마나 계속될지도 알 수 없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 내 눈을 붙잡았던 그 집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더러는 이미 사라졌고, 더러는 얼마간 그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낡고 누추하지만, 따뜻하고 아름다운, 나의 고향 같은 집들./김영경
부서져가는 작은 집들이 있다. 모퉁이 돌아서면 또 모퉁이인 좁은 골목길. 병든 옥수수들이 어깨동무하고 있듯이 위태로운 자세로 비틀어져 있다. 하늘 높이 솟은 아파트의 그늘 아래, 뻥뻥 뚫린 포장도로의 뒤꼍에 숨어, 바람벽 세워 겨우 한기를 막아가며, 비닐로 지붕 얹어 고작 비를 가리는, 한 평의 짜투리땅, 반쪽의 문짝들. 썩은 창틀에 시간은 고즈넉이 내려앉고, 바람은 점령군이 된 지 이미 오래다. 보이는 것 모두가 더께더께 아무거나, 벽이 되고 창이 되고 마당이 되고 방이 되고, 세월을 깎고 목숨을 잘라, 끝까지 잇고, 덧대고, 뭉개며 살아온 공간. 낡았지만 아직 따뜻하고, 누추하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저 불쌍한 생명들의 요람이요 무덤인, 이 문명과 개발 속의 어쩔 수 없는 희생양들. 아직 서 있다./장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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