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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림/시인(2006년 가을호 제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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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종권
댓글 0건 조회 5,310회 작성일 08-12-2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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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비밀과 우주적 교감의 세계 파헤치는, 윤리적 리리시즘의 시세계
이가림 시인

1943년 만주 출생/성균관대 불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프랑스 루앙대학 불문학 박사/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문단 데뷔/정지용문학상(1993), 편운문학상(1996), 후광문학상(1999) 수상/파리7대학 객원교수 역임/인천민예총⋅ 인천작가회의 초대회장 역임/시집 『빙하기』『유리창에 이마를 대고』『순간의 거울』『내 마음의 협궤열차』등과 불역시집 『Le Front Contre la Fene㭅tre』가 있고, 에세이집『사랑, 삶의 다른 이름』 역서『촛불의 미학』『물과 꿈』『꿈꿀 권리』『살라망드르가 사는 곳』등이 있음/현재 인하대 불문과 교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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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모래알 같은 이름 하나 불러존다
기어이 끊어낼 수 없는 죄의 탯줄을
깊은 땅에 묻고 돌아선 날의
막막한 벌판 끝에 열리는 밤
내가 일천 번도 더 입맞춘 별이 있음을
이 지상의 사람들은 모르리라
날마다 잃었다가 되찾는 눈동자
먼 부재의 저편에서 오는 빛이기에
끝내 아무도 볼 수 없으리라
어디서 이 투명한 이슬은 오는가
얼굴을 가리우는 차가운 입김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물방울 같은 이름 하나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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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 


언제부터 
이 잉걸불 같은 그리움이 
텅 빈 가슴속에 이글거리기 시작했을까 

지난 여름 내내 앓던 몸살 
더 이상 견딜 수 없구나 
영혼의 가마솥에 들끓던 사랑의 힘 
캄캄한 골방 안에 
가둘 수 없구나 

나 혼자 부둥켜 안고
뒹굴고 또 뒹굴어도
자꾸만 익어가는 어둠을
이젠 알알이 쏟아놓아야 하리

무한히 새파란 심연의 하늘이 두려워
나는 땅을 향해 고개 숙인다
온몸을 휩싸고 도는
어지러운 충만 이기지 못해
나 스스로 껍질을 부순다

아아, 사랑하는 이여
지구가 쪼개지는 소리본다
더 아프게
내가 깨뜨리는 이 홍보석의 슬픔을
그대의 뜰에
받아주소서





이가림 시인은 첫시집『빙하기』를 통해서 볼 수 있듯이 세련된 압축적 이미지를 능란하게 구사하는 모더니즘 풍으로 시작 활동을 시작했으나, 70년대부터 차차 사회의식과 역사의식을 반영하는 현실주의적 색채가 강한 경향을 띠게 된다. 그러나 그의 시는 경직된 참여시와는 달리, 단단한 구조물로서의 시적아름다움을 중시하는 균형잡힌 ‘윤리적 리리시즘’을 지향한다. 이러한 사회의식의 단계를 거쳐 8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조그만 사물들에 대한 깊이 있는 천착을 통해서 생명의 비밀, 또는 우주적 교감의 세계를 파헤치는 보다 근원적인 탐색을 시도하고 있다. 한편 그는 프랑스 문학, 특히 19, 20세기 시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는 불문학자로서, 바슐라르의 ‘상상력’에 관련된 저술들을 번역하고 보들레르, 랭보 등에 관한 본격적인 글을 여러 편 쓰기도 했다. 최근에 간행된『사랑, 삶의 다른 이름』,『미술과 문학의 만남』,『흰 비너스 검은 비너스』라는 산문집에서 우리는 시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탁월한 에세이스트로서의 비평가를 만날 수 있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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