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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익(2015년 봄, 제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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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4,739회 작성일 15-06-14 13:39

본문

이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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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시 2편

장작패기

 

 

장작을 팬다,

야성의 힘을 고눈 도끼날이 공중에서

번쩍

포물선으로 떨어지자

부드러운 목질에는 성난 짐승의 잇자국이 물리고

하얗게 뿜어 나오는 나무의 피의

향기,

온 뜰에 가득하다.

 

물어라,

이빨이 아니면 잇몸으로라도

저 쐐기처럼 박히는 금속의 자만을

물고서 놓지 말아라,

도끼날이 찍은 生木은 엇갈린 결로써 스크럼을 짜며

한사코 뿌리치기를 거부하지만

땀을 흘리며 숨을 몰아쉬며 도끼날을 뽑아가는

사내의 노여움을 어쩔 수 없다.

 

쿵, 쿵,

울리는 處刑의 뜰 모서리를

지우듯 덮어오는 하오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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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시장

 

 

앞뒤가 불분명한 윤곽 속에

휩싸여, 희미하면서도 그러나 조심스럽게

자기 존재의 근원根源을 드러내는, 저 나무들처럼

 

두근거리는 핏줄이

캄캄한 대지 위에 불타오르듯 펄럭이는

이 미지未知의 시간들과 함께

있음으로써

 

피할 수 없는 생존은 시작된다, 떡 벌어진

두 어깨의 가슴팍과 가슴팍이 힘겨루기하면서, 시끄러운 욕설과

재빠른 몸짓으로 중무장한, 오늘도 또한 하루를 시작하는 상점으로부터

번쩍이는 옷감이 욕설처럼 나부끼는 골목, 골목에 이르기까지

조금씩 난장판으로 변해갈

귀를 틀어 막아야할 사나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붉은 소란이

성대聲帶로부터 우렁차게 퍼져나가고

전대纏帶는 그 소리를 쿵쿵 울린다

처음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과 결국 이곳을 바쁘게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뜨거운 냄비처럼 들썩이는 가운데

우리는 섞이고 또한 우리는

풀어진다

 

가자, 하얗게 솟아오르는 욕망의 줄기여, 노동이여,

떠돌아다니는 하루치의 힘의 소진이여,

우리는 저물녘까지 애써 웃고 떠들며 달음질치는 동안

두근거리는 핏줄이 한번 더 가슴을 움켜진다, 가자,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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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익

1963년 서울신문 당선, 시집 <천년의 강> <꽃나무 아래의 키스> <우울한 샹송> 등발행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한국시협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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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침묵이 전하는 말에 귀기울이며

 

선생님, 시절이 하! 수상 할 때 저는 선생님을 기억합니다. 십년도 더 전 부근 어디쯤에서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던 악력 있는 말씀 하나가 제 문학의 전 생애를 들었다 놓았다 합니다. 메이저가 마이너의 소리를 외면 할 때, 세상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법이라는 말씀. 다수의 침묵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시, 또한 거짓으로 풀어질 것이라는 일갈. 조용하지만 단 한마디도 흐려지는 법 없이 한 줄로 엮어서 들려주시던 시절에 대한 소감과 시인의 일생에 관한 소신. 드러내 놓고 정치시를 쓰시진 않았지만 늘 삶의 은유로 세상을 성실하게 노래하셨던 선생님의 단아한 문체는 후배들의 가슴을 늘 서늘하게 만들곤 했습니다. 선생님, 그 자리에 그렇게 계시는 것만으로도 저희는 늘 감사합니다. 오래 생각하시고, 오래 써오셨던 선생님의 시들을 읽고 베끼면서 얼마나 많은 삶에 대한 긍정과 힘을 얻었는지요. 건강하십시오. 그것이 일단은 선생님께 바라는 후배의 소원입니다. 그 후에 힘없고 여린 다수자의 침묵과 그 슬픔에 관한 선생님의 시를 더 많이 읽고 싶습니다. 올해는 비가 많을 것이라고 합니다. 비 개인 후의 햇살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해라고 바꾸어서 읽어봅니다. 지금 조금 불편하셔도 먼 훗날 백년 후에는 선생님의 시들로 세상이 밝아지는 그런 날을 상상하면서 무엇보다 선생님의 시를 사랑합니다. 늘 건강하시길요,-손현숙 사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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