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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 시인(2016년 가을호 제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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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林步)
*본명은 강홍기(姜洪基)
*1962년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88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현대시 운율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 받음.
*1962년 《현대문학》지를 통해 시단에 등단함.
*시집에 『임보의 시들 <59-74>』『산방동동(山房動動)』『목마일기』『은수달 사냥』『황소의 뿔』『날아가는 은빛 연못』『겨울, 하늘소의 춤』『구름 위의 다락마을』『운주천불』『사슴의 머리에 뿔은 왜 달았는가』『자연학교』『장닭설법』『가시연꽃』『눈부신 귀향』『아내의 전성시대』『자운영꽃밭』『검은등뻐꾸기의 울음』『광화문 비각 앞에서 사람 기다리기』등이 있음.
*시론집에『한국현대시 운율 구조론』『엄살의 시학』『미지의 한 젊은 시인에게』『시와 시인을 위하여』『좋은 시 깊이 읽기』등이 있음.
*수상에 <상화시인상><성균문학 대상><시와 시학 작품상><윤동주문학상><김현승문학상> 등을 수상함.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국문과 교수 정년퇴임.
*현 월간 《우리詩》편집인.
적요의 밤
적요의 밤
내 등이 가렵다
히말라야의 어느 설산에
눈사태가 나는가 보다
적요의 밤
귀가 가렵다
남태평양의 어느 무인도에
거센 파도가 이는가 보다
적요의 밤
잠이 오지 않는다
내 은하계의 어느 행성에
오색의 운석들이 떨어지고 있나 보다
적요의 밤
어디선가 밀려오는 향훈…
내가 떠나왔던 아득한 전생의 종루에서
누군가 지금 종을 울리고 있나 보다
울타리
울타리는
경계와 경계 사이에 설치된 장애물이다
초가집 울타리는 수수깡이 되기도 하고
과수원 울타리는 탱자나무인 수도 있다
돌이나 흙으로 쌓은 담도 있고
철사나 철망으로 막은 철조망도 있다
개나리, 쥐똥나무의 부드러운 나무울타리
불럭이나 시멘트로 높이 차단한 단단한 벽
울타리는 도둑이나 적들을 막는 방어진인데
섬을 가둔 바다를 물의 울타리라 부른 이도 있다
인간이 만든 가장 긴 울타리는 만리장성
그러나 신이 만든 보이지 않는 울타리도 있다
보라, 지상과 천국 사이에 설치된
저 완벽한 허공!
임보, 시로 정신을 기록한다!
아마, 선생도 몰랐을 것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詩에 헌신하게 될 줄이야. 나는 지금 오랜 시간이라고 말하면서 내심 깜짝 놀란다. 더듬어 셈하여 보니 선생의 시력은 이미 반백년을 훌쩍 넘기고 있다. 그렇게 선생은 오십년이 넘는 동안과 사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건너오면서 시를 쓰고, 앓고, 더러는 버리면서 시간을 통과했으리라. 가끔씩 선생을 뵐 때마다 떠오르는 단어는‘지극’이다. 선생은 단 한 번도 시로 빛나려 애쓰지 않았고, 더욱 더 시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그냥 선비처럼 시에 묻혀서‘진광불휘眞光不煇’할 뿐이다. 시간을 통과하는 신체가 봄을 맞으면 벗들과 어울려 매화를 잔에 띄우고, 가을에는 우이도원의 골짜기를‘소요유’한다. 너무 멀어서 푸르른 하늘보다는 기꺼이 손잡아 만질 수 있는 온기에 몰입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리하여 그대, 지금 길을 잃고 길 위에서 서성이는가. 그렇다면 반백년을 오로지 시로 정신을 기록했던 임보의“아득한 전생의 종루에서/ 누군가 종을 울리고 있는”한 수를 따라“저 완벽한 허공”의 소리에 귀 기울이시길.
-2016. 8. 1. 손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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