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Art-Artist
변종태 시인(2018년 여름호 제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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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 38. 손현숙의 아트엔 아티스트. 변종태 시인. 2018. 5. 5.】
1963년 제주도 제주시 영평동 2060-1번지(속칭 가시나물)에서 변정치(父)와 문순임(母)의 사이에서 3남 7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다. 아버지는 제주도 농업분야에 탁월한 가여를 한 농업기술자, 어머니는 전형적인 제주 여성이며, 자식들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음.
1970년 영평국민학교에 입학. 학창시절 개구쟁이 중의 으뜸으로 명성을 날리다.
1976년 3월 제주중학교에 입학. 입학 2달여 만에 아버지 돌아가심. 중학교 때에는 미술부 활동을 하고, 화가가 되고 싶었음. 중 3때 화구를 살 돈이 없어서 미술부를 포기함. 그래서 아직도 그림에 대한 미련은 매우 큼. 당시 학교 도서관이 매우 잘 되어 있어서 밤 11시까지 입시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도서관에서 책만 읽음.
1979년 제주의 명문 오현고등학교에 입학. 당시 국어담당 선생님에게서 교직에 대한 매력을 느낌. 이때 둘째 누나의 영향으로 다양한 소설을 읽어댐.
1982년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에 입학. <초승문학동인>의 멤버로 활동함. 이때부터 ‘시’습작 시작, 20여 회의 시화전과 년간동인지 15호까지 발간.
1985년 1월 24일 휴학, 군 입대. 전남 완도에서 군생활.
1987년 4월 23일 만기 제대. 광고기획사에서 광고전문지 편집 담당.
1988년 4학년에 복학, 학교신문사에서 주최하는 백록문학상에 응모, 탈락함.
1989년 2월 졸업과 함께 화려한 백수생활 시작함.
1989년 9월 입시학원에서 대입반, 공시생 국어강사 시작.
1990년 제주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전공 입학. <다층문학동인> 결성, 초창기 멤버로 활동.
1991년 7월에 제주문인협회에서 주최한 <제주문학신인상> 소설 입상. 12월 그런저런 문예지로 등단. 12월 21일 처 강순덕과 결혼.
1992년 8월 제주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 받음(논문 <미당 초기시의 연구-화제․초점․거리를 중심으로>(미당 주요 논저목록에 수록)
1994년 신성여자중학교 국어교사 부임.
1997년 첫 시집 멕시코 행 열차는 어디서 타지 상재
1998년 제주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입학
1999년 <다층문학동인>에서 계간으로 발간하던 동인지를 봄부터 계간문예지로 전환 창간. 둘째 시집 니체와 함께 간 선술집에서 상재
2000년 <문학사상> 1월호에 특집 ‘2000년대에는 이 시인을 주목하라‘에 7명의 시인에 소개
2005년 3시집 안티를 위하여 상재
2010년 4시집 미친 닭을 위한 변명 상재
2018년 여전히 신성여자중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계간문예 <다층>은 창간 20주년을 맞고 있음.
달빛담론
- 사람들 흩어진 뒤에 초승달이 뜨고 하늘은 물처럼 맑다.*
귀 한번 만져 봐도 되니?**
창밖엔 초승달이 떴어.
창문을 열어도 될까?
전깃줄이 초승달을 둘로 갈라놓았어.
아니, 귀 한번 만져 봐도 되느냐고.
바람이 차가워졌네.
가을인가 봐,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
저 벌레들은 잠도 없는가 봐.
아니, 내가 네 귀 한번만 만져 봐도 되느냐고.
초승달은 여전히 실눈을 뜨고 우릴 쳐다보고 있어.
저 너머 숲의 실루엣 좀 봐.
나이트가운을 벗어 내리는 여자 같지 않니?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귀 한번 만져 봐도 되느냐고.
가을 초승달은 너무 차가워.
찌르르찌르르 내 뒷덜미로 전기를 보내고 있어.
제발 내 말 좀 들어봐.
네 귀 좀 만져 봐도 되겠느냐고?
오늘 밤 하늘 참 맑다.
*중국 현대 만화가이면서 문학가인 펑쯔카이豊子愷 그림의 화제畵題. ‘人散後인산후,一鉤新月天如水일구신월천여수’
**박해일, 신민아 주연 영화 <경주>의 대사
은행나무 아래서
기원전의 나를 해독하는 일은
오래 살아온 동굴의 벽화를 해독하는 일
지린내 풍기는 삶의 벽에 굵은 나무 하나 그려 넣고
맨손으로 은행을 까는 일
노오란 들판에서 짐승 한 마리 떠메고 돌아오는 일
심장 따뜻한 짐승의 가죽을 벗기며
붉은 웃음으로 가족들의 안부를 묻고
일회성 삶의 지린내를 맡으며 오늘밤의 포만으로
다시 기원후의 삶을 동굴 벽에 그려 넣으며
맨손으로 은행을 까는 일은
기원전 내 모습이 핏빛으로 물드는 일
퇴근길 은행나무 가로수 아래를 지나다가
은행을 밟은 채 버스에 올라탔을 때의 난감함
벽화에 다시 핏빛 노을이 번질 때
등 떠밀려 사냥터로 나가는 가장의 뒷모습
지린 은행처럼 창밖에는 사냥감 한 마리 보이지 않고
기원전의 생을 기억하는 일은 다시
맨손으로 익은 은행을 주무르는 일
화석이 된 가장의 일과를 동굴 벽에 그려 넣으며
어제의 포만을 기억하는 가족들의 흐뭇한 얼굴을 추억하는 일
은행나무 아래를 조심스레 걸어서 만원버스를 타는 일
기원전 내 생의 벽화가 희미해가는 일
은행나무 아래서 기원후의 나를 추억하는 일
제주섬, 동백꽃 그늘에 변종태 시인이 산다
한 곳을 응시하는 그의 시선은 흔들리지 않는다. 작은 나뭇잎의 움직임에도 집중하는 그의 내면은 멀어서 차라리 푸른 하늘의 소리를 닮았다. 파도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동백이 그늘에 붉게 쌓이는 소리…, 나는 시인을 떠올릴 때마다 ‘육지멀미’라는 말을 함께 되새김하곤 한다. 일평생을 제주섬에서 살면서 참으로 오랫동안 ‘다층’을 이끌었던 시인. 그러나 그는 집단 속에서도 항상 ‘우리’를 내세우며 공동체적인 자생적 담론을 생성하곤 했다. 그 숱한 시간 동안 힘들었을까, 힘들었겠다. 분재를 만지는 가만한 그의 손길에 내 손길도 가만히 얹어본다. 그는 그 작은 생명 속에서 어린 날, 문득 사라진 아버지의 붉은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있는 모양이다. 변종태, 동백꽃의 시인! 오늘은 멀리 제주섬에서 그가 왔다. 동백을 성큼성큼 넘어 달빛을 가슴에 함박 품은 시인. 변종태 시인의 웃음은 하늘처럼 높고, 맑고, 또 깊어서 서럽다./손현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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