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Art-Artist
김완하 시인(2018년 가을호 제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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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 39. 손현숙의 아트엔 아티스트. 김완하 시인. 2018. 7. 31】
경기도 안성 출생. 1987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눈발」 외 4편으로 당선하여 등단. 시집으로 『길은 마을에 닿는다』 『그리움 없인 저 별 내 가슴에 닿지 못한다』 『네가 밟고 가는 바다』 『허공이 키우는 나무』 『절정』 『집 우물』, 시선집으로 『어둠만이 빛을 지킨다』. 저서로 『한국 현대시의 지평과 심층』 『한국 현대 시정신』 『신동엽의 시와 삶』 『우리시대의 시정신』 『시창작에 이르는 길』 『시와 문화콘텐츠 창작』, 시평집으로 『김완하의 시 속의 시 시 읽기』 1,2,3,4 권, 『생으로 뜨는 시』 1,2 권 외 다수. 현재 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계간 《시와정신》 편집인 겸 주간, UC 버클리 객원교수 역임, 《버클리문학》 편집자문, 한남문인회장, 시와정신국제화센터 대표.
허공이 키우는 나무
새들의 가슴을 밟고
나뭇잎은 진다
허공의 벼랑을 타고
새들이 날아간 후,
또 하나의 허공이 열리고
그 곳을 따라서
나뭇잎은 날아간다
허공을 열어보니
나뭇잎이 쌓여 있다
새들이 날아간 쪽으로
나뭇가지는,
창을 연다
별
진실을 향한 고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가 한세상 무너지며 달려와
빈 가슴으로 설 때,
하늘 가득 박힌 별들이여
온 하늘을 위하여
태어난 그 자리를 지키며
일생을 살다 가는 사람들
별은 왜,
어두운 곳에 선 이들의 어깨 위로만
살아 오르는가
휩싸인 도시를 빠져 나와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만 빛을 뿌리는가
숨죽여 흐르는 찬 강물에 누워
이 한밤 새도록 씻기우는 별빛,
새벽이 닿아서야
소리 없이 강심을 밀고 올라와
가장 맑게 차오르는 별을 본다
김완하, 한 알의 꽃씨에서 우주를 본다
하늘과 땅 사이를 이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시인은 ‘새’라고 말한다. 새가 하늘을 날아가는 바로 그곳에서부터 허공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김완하 시인. 시인의 시를 소리 내어 읽다 보면 그 소리의 끝에서는 물길을 만난다. 모든 생명의 시작, 물줄기를 따라 또 한 발짝 걷다 보면 우물이 보이고, 아버지가 보이고, 다시 시인은 논두렁을 향해 가만히 서있다. 고요를 가슴에 품고 한 알의 꽃씨를 우주에 심는 중이다. 그는 언제부터 알게 되었을까, 꽃씨 속에는 이미 우주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시인은 오래전 “오래 가슴에 묻어둔 생각”에 대하여 침묵으로 세상에 말을 걸어온 적이 있다. 그리고 스스로 대답을 찾아낸 듯 “서로를 여는 수평선 앞에서” 여전히 맑고 고요하다. 침묵으로 소리를 불러오는 시인의 서정은 오늘도 여전히 우물처럼 깊어서, 물 위에 하늘을 한껏 받아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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