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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규 시인(2019년 봄호 제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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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754회 작성일 20-08-0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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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1989년 《한국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벙어리 연가』, 『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 『집으로 가는 길』, 『식량주의자』. 산문집 『너무도 큰 당신』, 『꽃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평론집 『풍요로운 언어의 내력』. 논저 『백석 시의 창작방법 연구』 등이 있다. 현재 계간 『시에』, 반년간지 『시에티카』 발행인, 천태산은행나무를사랑하는사람들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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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여하였다



지난겨울 천태산은 눈보라 치는 절벽에서도 여여하였다

구절초 산방 주인 잃고 구들장 내려앉아도 여여하였다

키 큰 미루나무 싸늘히 식은 가지들 매달고도 여여하였다

까치집 흔들어놓는 세찬 바람소리에도 여여하였다

언덕 위 날망집 늙은 과부 찬물에 홀로 밥 짓고 빨래하면서도 여여하였다

천 년 은행나무 폭설 속에 잔가지 뚝뚝 내려놓고도 여여하였다

옆 감나무 꼭대기 얼어 터진 홍시 쭈그렁 살 내리고도 여여하였다

깔딱고개 가시철망 둘러쳐져 고라니 넘나들지 않아도 여여하였다

빙판길 숨 고르며 오르는 사람 발자국 하나 없어도 여여하였다

염불하는 젊은 중 빤질빤질한 이마빼기도 여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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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



우리는 왜 별들을 헤아려
사랑이라 노래하지 못하고 사는 걸까
오늘 밤도 그 핏기 없는 살덩이를
별빛 속에 사르지 못하고
죄인처럼 고개만 떨구고 사는 걸까
하늘 한번 떳떳하게
우러러보지 못하고 사는 걸까
시궁창보다도 더 어둡고
암울한 이 땅 속에
살과 뼈를 묻고
거친 비바람 헤치며
억만 년 꽃을 피우고 지우며,
또 그렇게 우리는
그대들의 꿈과 희망
고뇌와 실의 속에서도
더불어 함께 살아온 이 땅의
참 눈물이면서도
우리는 왜 별들을 헤아려
사랑이라 노래하지 못하고 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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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규, 가슴에 자연부처를 품고 사는 남자!

그를 지칭하는 단어를 나는 백 개쯤 알고 있다. 그러니까 그는 나를 몰라도 나는 그를 안다. 시인, 영동, 천태산, 고독, 고요, 영국사, 민예총, 열림원, 실천문학, 명지대, 문학박사, 여여 산방, 불자, 시에, 울음, 공동체, 문인 주식회사, 상처, 서울 살이, 그리고 부처, 은행나무, 다시 남자의 서정. 피를 찍어 시를 쓰며 그는 오늘의 문장을 살린다. 그렇게 온몸으로 시를 사는 양문규 시인은 이상할 정도로 공동체에 강한 인자를 소유했다. 그는 처음 우리나라에서 ‘공동체 문인 주식회사’라는 낯선 길을 개척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천태산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대표로 활동 중이다. 그보다 먼저 계간잡지 ‘시에’의 발행인이자 무엇보다 오롯이 시의 불을 사르는 무서운 시의 발아체이다. 먼발치서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전혀 웃지 않았다. 마치 고려 벽화의 배체 법처럼 안으로부터 밖으로 스미는 은은한 무엇은 미소가 아닌 미소, 사람을 조금 겁먹게 하는 무엇이었다. 오래도록 그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나는 시간 앞을, 그의 앞을 조금씩 빗겨 지나가기도 했다. 은행나무의 울음을 들었다는 그의 힘찬 글을 읽기 전까지는 서정을 그저 서정으로만 대할 뿐, 낡음 속에서 새로운 기법을 낚아채는 그의 악력을 눈치 채지 못했다. 내가 등단을 했던 1999년 그는 자기가 세운 자기의 나라를 등 뒤로 세운 채 서울을 접었다. 그리고 침묵. 오래도록 천태산 영국사 뒷방지기로 살면서 ‘너무도 큰 당신’을 들고 나와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언어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뼛속 깊이 믿었던 양문규 시인은 가장 낡은 서정으로 가장 새로운 서정의 세상을 거침없이 열어젖힌다. 저벅저벅 세상 문을 열어서 오늘까지 걷고 또 걷는다. 아마도 그는 오늘 천태산 은행나무 부근까지 왔다가는 돌아갔을 것이다. 무위한 자연을 사랑하는 그는 목적지를 모르는 여행길에서 시와 나무와 바람을 벗하며 여여하게, 천년도 하루 같은 문장을 짓고 또 부술 것이다./손현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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