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Art-Artist
남태식 시인(2019년 가을호 제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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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서울에서 출생. 2002년 첫 시집 「속살 드러낸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 발간. 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 2009년 제2시집 「내 슬픈 전설의 그 뱀」 발간. 2012년 제2회 리토피아문학상 수상. 2015년 제3시집 「망상가들의 마을」 발간. 2016년 「망상가들의 마을」로 제6회 김구용시문학상 수상. 현재 리토피아문학회 회장, 계간 리토피아 편집위원. 대구경북작가회의 회원, 포항청하우체국장, 재포항울진군향우회매화면민회장, 환경운동연합 회원, 인권재단 사람 등 다수의 인권단체 후원회원 등.
아니오
무덤의 나라에는 아니오가 없다.
아니오가 없는 무덤이
허물고 쌓고 허물고 쌓는 것들은
모두 무덤
무덤들 위에 새로 피우고 돋우는
꽃들도 무덤
풀들도 무덤
무덤이 된
꽃들이 슬프다.
풀들이 슬프다.
아니오가 없으면
아니오가 없는 나라도 무덤
그 나라의 산천이 모두 무덤
아니오가 없는 무덤이 슬프다.
아니오가 없는 나라가 슬프다.
그 나라의 산천이 모두 아프다.
오도마니
담배는 있는데 불이 없어서 길은 있는데 끝이 없어서 안은 있는데 밖이 없어서
한 사내가
운다
강을 치달리며 운다 땅을 내리꽂으며 운다 안개처럼 흩어지며 바람처럼 떨어지며 운다
마침내 울음 하나 길 위에 오도마니
꽃으로 앉았다
아직 길 안이다
남태식, 빨간 우체통 옆에서 시를 쓴다
그의 자술 연보를 읽다가 “많이 읽고 많이 썼다”라는 문장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나는 남태식 시인을 모른다. 그가 시인이라는 것과 진지하다는 것과 타인과 말을 잘 섞지 않는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가 잡지에 나오면 어김없이 그의 시를 읽곤 하였다. 그것은 그에게서 느껴지는 서원기 문자향이랄까, 곧은 눈빛이랄까.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바라본 그의 자태는 늘 한결같았다. 언제든지 틀린 것을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아닌 것은 아니다, 라고 담담하게 맞설 수 있는 배짱. 그는 지금 우체국장 시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그 말은 성실하게 밥을 벌면서 꾸준히 시를 살아왔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니 그는 스스로를 세워서 스스로에게 닿은 사람이겠다. ‘행자필달行者必達’, 살아있다면 세상은 가고자 하는 사람의 것이다, 라는 말. 그것을 시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고 있는 것이다. 살아있으므로, 그리하여 쓰는 시. 아마도 그는 세상이 알아주거나 말거나 오래, 아주 오래 빨간 우체통 옆에서 시를 쓰는 시인일 것이다./손현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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